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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발언대] 외래종 확산 방지 체계적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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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살인개미로 불리는 붉은불개미가 최근 부산 등 주요 항만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외래종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일에는 인천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알을 낳아 번식하는 여왕개미 한 마리가 처음 발견돼, 붉은불개미가 이미 토착화해 번식 중인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있다. 붉은불개미는 남미가 원산지로 강한 독을 지니고 있어 사람이나 가축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외래종은 원래 한국에 없던 생물이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 정착한 종(種)을 말하는데, 우리의 자연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연구용 등으로 들여오거나 수입 곡물이나 대형 선박에 묻어 반입된 뒤 국내 환경에 적응해 급속히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은 외래종 유입을 어떤 환경 문제보다 심각하게 보고 대처한다. 외래종에 대한 체계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외래종 확산이 가져올 문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외래종이 침입하면 그 생물의 생활사 전반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이입(移入), 임시 정착, 완전 정착, 침입 확산 등으로 정착 과정을 구분하고, 단계별 맞춤 관리대책을 시행한다.

우리나라는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도, 연구 성과도 부족하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환경연구원 등이 전국에 퍼져 있는 2000종이 넘는 외래종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외래종 확산 방지 책임을 진 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 경우, 환경노동위원회에 노동 전문가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반면 환경 전문가는 찾기 힘들다.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 확산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 선진국 사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외래종 위해성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참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위해성 평가 및 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외래종의 생물학적 속성과 우리의 환경 특성에 대한 상세한 기초 정보를 구축해야 한다. 외래종들이 가진 다양한 속성들과 우리의 환경 특성을 비교·분석해 어떤 외래종이 어느 단계까지 우리나라에 침입할 수 있을지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외래종의 예방, 박멸, 조절, 복원 등 위해성 정도에 맞는 관리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면 된다. 외래종과 관련된 체계적 기초조사를 토대로 한 정책을 마련해 국민이 외래종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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