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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문 대통령의 계엄령 문건 제출 지시, 커지는 송 장관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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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와 관련해 군 사이에 오간 모든 문건을 대통령에게 즉각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관련 문건 일체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공식 수사에 착수한 특별수사단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와 함께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주무 장관으로서 송 장관이 보인 행보는 시종 납득하기 어렵다. 송 장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3월 16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았으나 법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남북관계와 지방선거 등 정무적 고려로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수사 지시를 하지 않은 이유로 “책임 있는 외부 인사의 법률 검토 결과 위법사항이 없어서”라고 한 것도 당사자인 최재형 감사원장 측이 “일반론적인 언급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하자 “법리 검토를 의뢰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정작 군의 평화 시위 무력 진압 계획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은 인식하지 못한 채 이런저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문제삼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판단 착오를 넘어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논란이 됐던 계엄령 문건 청와대 보고 여부는 송 장관이 “4월말 청와대 참모진과 회의에서 문건 존재 등을 언급했지만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개략적 상황이 드러났다. 기무사 개혁 관련 내용을 논의하면서 송 장관이 문건 존재를 간략히 언급했을 뿐 문건을 전달하지도 않았고 이에 대한 질의나 토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 장관이 문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어도 청와대가 이를 문제삼지 않고 넘어간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청와대는 “참석자들이 주의를 기울일 정도는 아니었다”지만 그 정도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통령이 문건을 직접 챙겨 보겠다고 할 정도로 위중한 문제라면 청와대도 잘못이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 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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