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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다국적사도 포기한 치매 정복, 한국 제약업계서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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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다국적 제약사도 포기한 치매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확률은 낮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 반열에 오를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3조5000억원 규모인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고령화와 진단기술 발달로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판매되고 있는 치매 치료제는 병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못하고 진행 속도나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친다.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치매 환자의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발견돼 이 물질이 치매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추정할 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약물 개발에 매진했지만 화이자·존슨앤존슨, 로슈, 릴리, MSD 등 상당수가 개발을 포기했다. 특히 릴리는 지난 30여년동안 3조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투입하고도 개발을 중단했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치매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임상 결과가 나와서다.

국내 제약업계는 천연물을 활용한 치매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치매를 일으킨다고 추정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기억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생약을 활용하는 것이다.

동아에스티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고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며 신경세포 보호에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천연물 신약 후보물질 DA-9803에 대한 전임상을 마치고 올해 초 미국 뉴로보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했다. 뉴로보는 로이 프리만(Roy Freeman) 하버드대 의대 신경과 박사와 신약개발 전문회사 바이오파마솔루션스가 공동설립한 천연물 신약 개발회사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DA-9803에 대한 임상 2상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의 추출물을 활용한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ID1201의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전임상 결과 다양한 치매 원인들을 차단해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벤처업계도 천연물을 활용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메디포럼은 구기자, 산수유, 숙지황 등 6가지 성분을 활용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2상을 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진입을 신청했다. 전임상에서 기존 치매 치료제보다 우수한 효과가 나타났으며 현재 식약처로부터 2상 자료를 보완하라는 요구를 받고 자료를 만드는 중이라고 메디포럼 측은 설명했다.

국내에서 천연물 치매 치료제를 개발 포기 사례도 있다. 신약 개발보다 특허가 만료된 기존 치매 치료제의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게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돼서다.

실제 할미꽃의 뿌리인 백두옹을 원료로 한 치매 치료 신약 후보물질로 임상 3상을 진행하던 SK케미칼은 지난 2014년 개발을 보류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엑셀론 패치의 퍼스트 제네릭(가장 먼저 출시된 복제약) 윈드론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SK케미칼은 현재 유럽에서 엑셀론 패치의 복제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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