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호반새는 어떤 사진가를 반길까, 대조적 두 촬영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애니멀피플]

양주시 번식지에 조류 사진가 자율적 공동 위장막 설치 운영

무분별한 촬영 부작용 막아…적정 거리와 규모 등 지침 마련 시급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는 조류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의 소재였다. 이제는 꽃 사진이나 풍경사진을 즐기던 사진동호인들과 다양한 사람들이 조류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부작용이 늘고 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진가는 좋은 사진을 얻는 데만 급급해 둥지를 옮기거나 나무를 자르고, 심지어 새끼를 꺼내 어미를 유인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근래에는 새들의 번식 둥지를 찾아낸 뒤 사진가들로부터 5만∼10만원의 돈을 받고 그 장소로 안내하는 ‘둥지 판매’까지 등장했다. 편안한 탐조와 촬영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는 촬영자의 요구에 맞춰 인위적으로 둥지를 훼손하고 위치를 바꾸는 등 새들의 번식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행위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동물한테 방해를 넘어 학대로 이어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인위적인 간섭과 지나친 연출로 안정된 생태를 교란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사진을 위해 자연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양주시에서 청호반새를 촬영하고 있는데 요즘 보기 드문 모범 사례라고 했다. 9일 이른 아침 경기도 양주로 향했다. 농경지를 에워싸고 있는 산에 흙 벼랑이 잘 발달해 있어 흙벽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만드는 청호반새에게 적합한 번식지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예약자들이 청호반새를 촬영하고 있었다. 철저한 위장과 질서정연한 모습이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번식지 주변에 은폐막을 만들고 은폐막 바깥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막아 지정된 장소에서만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촬영자가 지켜야 할 규칙을 지정석마다 걸어 놓은 것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는 사전에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안내판에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무작정 청호반새를 촬영하러 오게 되면 되돌아가야 한다. 필자도 사전예약을 하고 그곳을 찾아갔다. 예약 없이 온 사진인들은 불만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 이곳에 이런 시설을 만들지 않았다면 사진인들이 둥지 주변에 둘러서 자리싸움을 하며 떠들어대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몇 년 전에 시화호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수리부엉이 둥지를 훼손해 사회적 문제가 되어 벌금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주시에 위치한 청호반새 번식지는 이미 공개돼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번식지에 위장막을 설치한 권관중씨를 비롯한 몇몇 동호인이 청호반새 보호를 위해 3일간 위장막을 만들었다. 무분별한 조류 사진 촬영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촬영 기회를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해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토지주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여 청호반새가 이소할 때까지의 촬영을 허락받았다고 했다. 찰영자에게 위장막 사용료는 받지 않는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주의 청호반새 번식지가 알려진 것은 5년 전이다. 입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몰려들었고 무분별한 촬영과 주민과의 갈등이 빚어졌다. 권관중씨 등 일부 탐조가들이 재작년 공동 위장막을 설치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번식지와 대형 위장막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로 시청과 경찰이 조사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과연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새들이 번식에 지장을 받지 않는지 등 바람직한 탐조를 위한 지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어쨌든 양주의 청호반새 새끼는 무사히 둥지를 떠났고 공동 위장막은 14일 철거됐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욕심이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설막에서 촬영자들이 규칙을 어기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촬영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사진인들이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바란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