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번식지에 조류 사진가 자율적 공동 위장막 설치 운영
무분별한 촬영 부작용 막아…적정 거리와 규모 등 지침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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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새는 조류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의 소재였다. 이제는 꽃 사진이나 풍경사진을 즐기던 사진동호인들과 다양한 사람들이 조류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부작용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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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몰지각한 사진가는 좋은 사진을 얻는 데만 급급해 둥지를 옮기거나 나무를 자르고, 심지어 새끼를 꺼내 어미를 유인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근래에는 새들의 번식 둥지를 찾아낸 뒤 사진가들로부터 5만∼10만원의 돈을 받고 그 장소로 안내하는 ‘둥지 판매’까지 등장했다. 편안한 탐조와 촬영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는 촬영자의 요구에 맞춰 인위적으로 둥지를 훼손하고 위치를 바꾸는 등 새들의 번식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행위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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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동물한테 방해를 넘어 학대로 이어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인위적인 간섭과 지나친 연출로 안정된 생태를 교란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사진을 위해 자연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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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양주시에서 청호반새를 촬영하고 있는데 요즘 보기 드문 모범 사례라고 했다. 9일 이른 아침 경기도 양주로 향했다. 농경지를 에워싸고 있는 산에 흙 벼랑이 잘 발달해 있어 흙벽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만드는 청호반새에게 적합한 번식지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예약자들이 청호반새를 촬영하고 있었다. 철저한 위장과 질서정연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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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지 주변에 은폐막을 만들고 은폐막 바깥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막아 지정된 장소에서만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촬영자가 지켜야 할 규칙을 지정석마다 걸어 놓은 것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는 사전에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안내판에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무작정 청호반새를 촬영하러 오게 되면 되돌아가야 한다. 필자도 사전예약을 하고 그곳을 찾아갔다. 예약 없이 온 사진인들은 불만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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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곳에 이런 시설을 만들지 않았다면 사진인들이 둥지 주변에 둘러서 자리싸움을 하며 떠들어대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몇 년 전에 시화호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수리부엉이 둥지를 훼손해 사회적 문제가 되어 벌금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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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에 위치한 청호반새 번식지는 이미 공개돼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번식지에 위장막을 설치한 권관중씨를 비롯한 몇몇 동호인이 청호반새 보호를 위해 3일간 위장막을 만들었다. 무분별한 조류 사진 촬영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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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먼저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촬영 기회를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해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토지주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여 청호반새가 이소할 때까지의 촬영을 허락받았다고 했다. 찰영자에게 위장막 사용료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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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의 청호반새 번식지가 알려진 것은 5년 전이다. 입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몰려들었고 무분별한 촬영과 주민과의 갈등이 빚어졌다. 권관중씨 등 일부 탐조가들이 재작년 공동 위장막을 설치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번식지와 대형 위장막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로 시청과 경찰이 조사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과연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새들이 번식에 지장을 받지 않는지 등 바람직한 탐조를 위한 지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어쨌든 양주의 청호반새 새끼는 무사히 둥지를 떠났고 공동 위장막은 14일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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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욕심이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설막에서 촬영자들이 규칙을 어기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촬영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사진인들이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바란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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