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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어 "참치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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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민영(30)씨는 친구들과 만날 때면 삼겹살집보다 '연어집'을 더 자주 간다. 김씨는 "취업준비생 시절 비교적 저렴한 '무한리필' 연어 식당에 자주 가며 그 맛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영은(37)씨는 저녁 식사를 연어 볼(Bowl) 샐러드로 대신할 때가 많다. 최씨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소량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식으로 선호한다"고 했다.

참치 넘어선 연어… 광어·우럭도 추격

연어가 '국민 생선'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횟감으로 인기를 누리던 참치의 인기가 주춤한 틈을 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어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 이마트 연어·참치의 매출 구성비(통조림 등 가공식품 제외)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상반기엔 각각 40.2%, 59.8%로 참치 매출이 연어보다 1.5배 높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엔 55.4%, 44.6%로 역전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어가 참치를 넘어선 것은 물론 회·초밥용 기준으론 광어와 우럭(조피볼락)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며 "참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회·샐러드·스테이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가 가능해 20~30대 층에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수입되는 연어의 '품격'도 높아지고 있다.

연어, 참치 3분의 1 가격… 수입량 5년 사이 2배로

유통업계는 연어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로 저렴한 가격과 건강식 이미지를 꼽았다. 노량진수산시장 수입수산물 거래 동향에 따르면 올해 수입된 연어와 참치(다랑어)의 ㎏당 평균 단가는 각각 1만2364원, 4만1863원으로 참치가 연어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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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2년 1만5783t이었던 국내 연어류 수입량은 지난해 3만272t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커졌다. 국내에 유통되는 연어류의 약 95%는 노르웨이산이다. 노르웨이는 정부 수산물위원회를 통해 해외 판로 개척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 해외시장을 키웠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노르웨이 수산물위원회는 연어를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고,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수퍼푸드'로 이미지 구축을 하기 위해 총리가 해외 판촉 행사에 나설 정도"라고 했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이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고, 노르웨이는 한국 등 다른 국가 판로 개척에 나선 것이다.

연어 소비 증가는 '불황 신호탄'?

참치 소비가 주춤하는 반면 연어 소비가 급증하는 것을 두고 '불황의 신호탄'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 '참치 왕국' 일본에선 장기 불황을 겪으며 참치 수입량이 꾸준히 감소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03년 32만1017t에 달하던 일본의 참치 수입량은 지난해엔 20만98t으로 대폭 줄었다. 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은 "일본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참치회 대체재로 연어회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고 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경기 불황으로 상대적으로 가성비 높은 연어를 선택한 것처럼 한국 소비자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란 추정이다. 일본의 연어 수입량은 2003년 21만5521t에서 2012년 28만8692t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참치의 대체재로 각광을 받으며 일본 내에서 자체 연어 양식장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어 시장이 확대되며 유통업계도 다양한 연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참치 명가' 동원산업은 최근 에어익스프레스 훈제슬라이스, 훈제연어슬라이스 4종, 콜드스모크 2종 등 훈제연어 제품과 동원연어구이 3종 등을 출시했다. 편의점 CU(씨유)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생연어로 만든 연어 초밥 도시락을 출시하기도 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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