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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우리말 바루기] 메밀국수와 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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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열대야가 시작됐다. 이런 때는 시원한 음식이 더욱 당기게 마련이다. 더위를 쫓는 시원한 음식으로 인기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메밀국수다. 식당에 가면 ‘메밀국수’라 적혀 있는 곳도 있고 ‘모밀국수’라 돼 있는 곳도 있다. 어느 것이 맞을까?

일반적으로 ‘모밀국수’라 많이 부르지만 ‘메밀국수’가 맞는 말이다.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이기 때문이다. 메밀은 아시아 북중부가 원산지로 중국의 명나라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 구황작물로 큰 몫을 했다. 밀가루가 귀했던 당시 국수 재료는 대부분 메밀이었다고 한다. 함경도 지역 등에서 유래한 메밀국수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모밀국수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도 강원도 봉평에 가면 메밀을 볼 수 있다. 초가을이면 이효석 생가 앞 산등성이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을 감상하면서 메밀묵·메밀전·메밀술 등 메밀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요즘은 소위 ‘판모밀’이란 것을 즐겨 먹기도 하는데 이 역시 ‘판메밀’이라 불러야 한다. 작은 대나무 발이나 나무 판 등에 올려놓은 메밀 사리를 장국(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다. 이렇게 장국에 찍어 먹는 방식은 우리의 전통 메밀국수와 다른 일본식으로, ‘소바’라고도 많이 부른다.

‘소바’(そば·蕎麥)는 메밀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지금은 ‘소바키리’(そば切り), 즉 메밀국수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메밀국수는 회(사시미)와 더불어 일본의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모밀국수·모밀묵·모밀전·모밀술 등은 모두 메밀국수·메밀묵·메밀전·메밀술이라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바 역시 메밀국수 또는 판메밀로 불러야 한다. 메밀·모밀이 헷갈릴 때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생각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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