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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줄세우기' 평가에···몸집만 커진 기술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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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따라 인센티브, 과열경쟁·中企 왜곡 성장 부추겨···은행권 "방식 바꿔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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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기술금융’에 대해 실적 위주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어 업계 경쟁이 과열되고 중소기업의 왜곡된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기술금융 평가방식을 개선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 실무진은 이달 초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기술금융 개선안에 대해 논의하고 금융연구원에 기술금융 관련 연구용역을 재차 맡겨 이를 토대로 금융위원회에 개선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당초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금융연구원에 기술금융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해 이달 초 연구 결과를 받았으나 기술금융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은행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연구용역을 다시 맡기기로 했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보증·대출·투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매년 상·하반기에 △공급규모 △초기기업·우수기술기업 비중 △기술금융을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역량 등을 기준으로 각 은행의 기술금융 수준을 평가해 대형은행과 소형은행별로 1~2순위를 발표한다. 이를 통해 우수 은행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낸 보증 출연료를 차감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발표 방식·레벨 심사 등 손질”

은행聯, 금융硏에 용역 의뢰

하반기 개선방안 건의키로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평가 발표 방식이나 기술금융 레벨 심사 방식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매년 2차례 우수 은행을 공개하다 보니 기술금융이 실적 위주로 평가돼 은행 간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국민·기업·산업·신한·우리·하나 등 은행 6곳이 이미 기술금융 최고등급인 레벨4를 획득해 새로운 심사 방식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담보 대출이 가능한 기업인데도 기술금융 실적을 높이기 위해 기술신용대출로 끌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실제 기술금융은 지난 2014년 도입된 후 가파르게 실적이 상승해왔다. 은행권의 기술금융 실적은 기술신용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2015년 5월 말 31조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5월 말 147조5,000억원으로 3년 만에 크게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도록 하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실적을 늘리기 위해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도 기술금융을 마구잡이로 해줘 중소기업의 왜곡된 성장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공급 실적 외에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불만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공급 실적뿐만 아니라 우수기술 기업 비중 등 정성적인 요소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기술금융 도입으로 은행이 기술 평가의 자체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는 기술금융을 도입한 지 4년이 지난 만큼 올 하반기 중 기술금융 제도와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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