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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비즈 르포] 1000억 매출 달성한 CJ 냉장햄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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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리즙 활용해 합성 첨가물 대체
아이 반찬용 햄을 메인요리 주인공으로

어릴 적 엄마가 계란 옷을 입혀 만들어준 분홍색 소시지 반찬, 양파·피망 등 야채에 케찹 양념을 넣고 볶아 만든 비엔나소시지 볶음. 우리에게 친숙한 먹거리 ‘햄’ 반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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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절단된 통베이컨에 바질 등 천연 향신료를 올리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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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8년 5월 CJ제일제당(097950)의 ‘The더건강한 햄 바이스부어스트’, ‘The더건강한 이탈리안통베이컨’이 출시되면서 냉장햄의 위상이 달라졌다. 당당히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메인요리 한편에 자리 잡았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살짝 구워주는 것 외엔 별도의 조리과정이 필요치 않다. The더건강한 햄은 CJ제일제당이 2010년 5월 처음 선보인 합성 첨가물을 넣지 않은 돈육햄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통해 현재 24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The더건강한 햄 바이스부어스트’, ‘The더건강한 이탈리안통베이컨’은 냉장햄 시장에서 기존에 없던 ‘메인 메뉴형’ 시장을 새롭게 열면서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30억원을 올렸다. 얇게 잘려 나온 베이컨과 붉은색 햄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은 “이게 베이컨이야? 삼겹살이야?” “하얀 소시지가 있다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CJ의 새로운 냉장햄 제품을 주목했다.

CJ는 5년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5가지 첨가물을 넣지 않은 냉장햄 개발에 성공했고, 식육 가공품 고기의 발색제로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을 식물성 소재인 셀러리즙으로 대체해 붉은색을 띠지 않는 하얀 햄을 만들었다.

지난 13일 냉장햄 생산 공정을 취재하기 위해 충북 진천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을 찾았다.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헤어캡(머리망)부터 위생 두건, 방진모, 일체형 방진복, 마스크, 안전화 등으로 위생 복장을 갖추고 깨끗이 손을 씻었다. 남아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먼지롤러로 방진복을 깨끗이 한 후 공장 내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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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신제품 ‘The더건강한 햄 바이스부어스트’, ‘The더건강한 이탈리안통베이컨’을 출시해 주로 반찬용으로 소비되던 햄을 메인요리로 탈바꿈시켰다. /CJ제일제당 제공



‘바이스부어스트’ 제조 공정은 크게 ‘재료 선별-초핑-믹싱-충전-열처리-냉각-절단-포장’으로 구분된다. 박스 포장 상태로 입고된 원료육을 단백질 손실을 최소화한 상태로 해동하고 나면 직원들이 육안으로 재료의 신선도를 확인하고,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돈모(豚毛), 연골, 뼈 및 기타 이물을 선별해 제거한다.

이때 해동과정에서 CJ제일제당의 기술이 적용된다. CJ제일제당은 고기 맛을 좌우하는 육즙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온 완만 해동기술’과 ‘저온 텀블러 해동기술’을 도입했다. 저온 완만 해동기술은 저온 보관상태에서 미스트를 분사해가면서 서서히 완만하게 해동하는 방식으로, 한 번에 10톤 규모의 원료육을 동시 해동할 수 있다. 저온 텀블러 해동기술은 텀블러에 원료육을 담고 스팀으로 열을 공급해 해동하는 방식이다. 해동 시 온도 편차가 적어 품질이 균일한 것이 장점이다.

해동과 선별 작업을 거친 원료육은 기계를 통해 잘게 다져지고 다른 부재료와 혼합되는 과정(믹싱)을 거친다. CJ제일제당 측은 “최적의 믹싱 조합을 통해 단백질 성분 중 소금으로 추출되는 특성을 가진 염용성 단백질 추출량을 극대화했다”며 “이 과정에서 원료육이 촉촉하게 수분을 유지하는 보수력과 단백질간 결착력이 높아져 제품의 육즙과 식감을 풍부하게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CJ는 또한 원료육에 직접적인 열처리를 하지 않고 스팀으로만 가열공정을 진행했다. 스팀을 통한 열처리는 단백질 조직에 질긴 피막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시킨다. 다단계에 걸쳐 각기 다른 온도와 시간으로 가열해 미생물 안전성과 식감, 맛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The더건강한 햄, 매출 3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울 것”

‘이탈리안통베이컨’은 원료육에 양념액을 고르게 주입하는 ‘인젝션’과 양념이 고르게 배어들도록 돕는 ‘마사지’ 공정을 거친다. 이후 조미성분이 배어들게 하는 염지 과정과 풍미를 높이는 10시간의 숙성 공정, 열처리 후 참나무 훈연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가열 처리가 과도하면 지방과 육즙이 모두 빠져나와 퍽퍽하고 식감이 딱딱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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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다져진 고기를 케이싱(소시지를 감싸는 겉껍질)에 충전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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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이에 특수 제작된 베이컨 시트(bacon sheet)를 적용해 수분을 가두고 육질을 쫄깃하게 유지했다. 최적의 열처리 조건을 찾아내 지방과 수분이 최대한 빠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제품 표면에 훈연이 골고루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베이컨은 살균 공정 후 ‘급속냉각 기술’을 통해 빠르게 냉각시켜 미생물 증식을 억제했다. CJ에 따르면 육제품에 증식하는 미생물은 30~40℃에서 생육과 증식이 매우 활발해지는데 냉수로 급격히 냉각시켜 이 온도대를 빠르게 건너뜀으로써 미생물 증식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빠른 냉각은 육즙 손실을 방지하고 육질을 적당히 단단해지게 한다.

송민석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육가공 담당 연구원은 “5년간의 R&D를 통해 소비자가 우려하는 합성 아질산나트륨, 합성 보존료 등 합성 첨가물을 식물성 소재로 대체했다”며 “또 고기를 대체하던 전분을 빼고 돈육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려 식감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출시한 메인요리형 냉장햄 신제품을 내세워 냉장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담당 부장은 “식탁의 조연이 아닌 주연 역할을 할 신제품을 기반으로 현재 9000억원대인 냉장햄 시장을 2022년에는 1조300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며 “The더건강한 햄은 2022년까지 매출 3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백예리 기자(by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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