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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미해결 국책사업'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35년 표류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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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편집자주] 한국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정지(콜드 셧다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9일만인 이날 고리원자력본부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른바 ‘에너지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2082년이면 가동 원전이 ‘제로’가 된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며 표류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해법을 찾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②]정치·사회적 갈등에 논의 외면… 35년째 제자리걸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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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에서 연소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뜻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정책은 1983년 첫 논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5년을 정치·사회적 갈등에 밀려 표류해 온 국내 최장기 미해결 국책 사업이다. ‘핵쓰레기’라는 네거티브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논의 자체를 외면하면서 제자리걸음만 반복해 왔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시작은 한국 첫 중수로 원전인 월성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 대책위원회’를 설립 중·저·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부지 확보 계획을 수립했다. 한국에너지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가 1986년 방폐장 부지 확보에 나서 경북 울진·영덕·영일(현 포항) 3개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지역주민 반발로 1989년 3월 무산된다.

정부는 다시 비공개 지질조사를 거쳐 1990년 11월 충남 태안(안면도)을 입지로 선정했다. 방폐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제2원자력연구소’란 이름을 썼는데 이 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안면도 사태’가 터졌다. 반대 시위가 격화되면서 지역주민이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군청 직원을 감금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책임자이던 정근모 과기처 장관 해임과 사업 백지화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안면도 사태’는 방폐장 사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1991년 ‘방폐장 사업은 복수의 대상지를 골라 해당 지역들을 대상으로 지역주민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기본계획을 세웠다. 전국 44개 지역 신청을 받아 △강원 고성·양양 △경북 영일·울진 △전남 장흥 △충남 태안(안면도) 등 6개 적정지역을 선정했으나 지역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1994년 1월 방폐장 부지 확보 사전 주민협의와 방폐장 유치 지역 지원을 규정한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의 촉진 및 시설주변지역의 지원에 관한 법률’(방촉법)이 제정되자 경남 양산과 경북 울진이 조건부 유치에 나섰으나 주민 반발에 정부가 사업 포기를 선언한다.

정부는 1994년 11월 방폐장 사업 주체를 과기처에서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방사성폐기물관리사업추진위원회’로 이관하고 후보지 재선정 작업을 거쳐 같은 해 12월 인천 옹진군(굴업도)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부지 정밀조사 과정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돼 백지화된다.

정부는 1997년 1월 방폐장 사업 주무부처를 과기부에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한다. 2001년까지 전남 영광·강진·진도 등 7개 지역에서 유치 청원이 있었으나 자진철회, 지방의회 및 지자체의 청원 기각으로 유치에 실패했다. 2002년에는 △경북 울진·영덕 △전북 고창 △전남 영광 등 4개 후보지를 도출했으나 역시 주민 반대로 백지화됐다.

방폐장 사업은 2003년 변곡점을 맞는다. 전북 부안군 위도 주민 10여명이 주민 80% 서명을 받아 방폐장 유치 신청서를 발표하고 부안군수는 부안군의회 반대에도 이를 정부에 제출한다. 부지선정위원회는 위도를 최종후보지로 확정하자 반대하는 주민들이 반대 시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당시 김종규 부안군수가 주민들에게 감금·폭행 당했다. 바로 ‘부안 사태’다.

정부는 2004년 2월 방폐장 부지선정과정에 주민투표를 도입하고 공모에 나섰으나 단 1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부안은 반대대책위 주관으로 사적 주민투표에 나섰는데 위도를 제외한 36개 투표소에서 3만7524명이 투표해 91.9%가 반대했다.

‘부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2004년 12월 방폐장 사업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로 분리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이를 위해 약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 반입수수료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2005년 제정한다. 같은 11월 △경북 경주 △전북 군산 △경북 영덕·포항 4개 지역이 의회 동의를 얻어 유치 신청에 나섰고 주민투표 결과 가장 높은 찬성률을 얻은 경주(89.5%)가 최종 선정된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2008년 8월 착공, 2014년 6월 준공돼 2015년 8월부터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정부는 공론화를 거쳐 △2028년까지 영구처분시설 부지 확보 △2035년 통합형 중간저장시설 운영 △2053년 영구처분시설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가 포함됐다. 지난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환경단체 위원이 불참하는 등 일부 민주적이지 않고 미흡했다는 문제제기를 반영한 것이다.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사용후핵연료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검토준비단을 원활히 운영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하게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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