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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노트르담처럼… 위고는 敗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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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75억 뮤지컬 '웃는 남자' 위고 원작 작품 흥행 이을까 기대

박효신 등 스타 캐스팅 관객 몰이, 압도적 무대·의상… "세계적 수준"

무대 위 장막엔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기괴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길게 찢어진 붉은 입술 형상이 가로질러 걸려 있다. 이 입술 형상 주변으로 파열하듯 장막이 걷히면, LED 영상과 조명의 도움을 얻은 무대 장치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풍랑이 이는 거대한 바다, 마지막 참회의 기도를 하는 악한들, 거칠게 휘몰아치는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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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 데아, 우르수스(가운데)의 유랑곡예단 공연 장면. /E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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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뮤지컬 기대작 '웃는 남자'는 도입부터 압도적 무대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제작비 175억원, 제작 기간 5년이 든 올 하반기 유일의 대극장 창작 초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레베카' '엘리자벳'의 로버트 조핸슨 연출작이다. 이 작품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다.

길게 찢어진 웃는 입을 가진 남자

뮤지컬은 어린아이를 납치해 기형으로 만들어 곡예단에 파는 악당들에게 납치돼, 웃는 모양으로 찢어진 입술을 갖게 된 18세기 영국 남자 그윈플렌과 그의 연인인 앞을 보지 못하는 여인 '데아'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떠돌이 약장수에서 유랑곡예단 두목이 된 남자 우르수스를 아버지처럼 의지하며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악극 '웃는 남자'로 만들어 공연한다. 어느 밤, 이 공연에 왕의 사생아인 조시아나 공작부인이 찾아와 그윈플렌을 유혹하면서 운명의 소용돌이가 모두를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뮤지컬은 5년 제작 기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장엄한 무대 미술을 보여준다. 소년 그윈플렌이 얼어 죽은 엄마 품에서 울고 있는 아기 데아를 발견하는 도입부의 눈보라 장면은 흰 옷 무용수들의 춤처럼 표현되는데, 한 폭 그림인 듯 아름답다. 반원형 배경 장치는 무대 깊이에 따라 여러 겹 입체 액자가 돼 사치스러운 키치 취향의 귀족 세계와 그로테스크한 유랑곡예단의 세계를 대비시킨다. 도마뱀 인간부터 공 굴리는 곰까지 등장하는 곡예단 공연은 이 뮤지컬에서 가장 흥겨운 장면. 와일드혼 작곡의 노래 역시 기대에 부응한다. 주인공 그윈플렌과 연인 데아가 사랑을 속삭이는 '나무 위의 천사' 등의 넘버는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위고 원작 '뮤지컬 불패'

이 뮤지컬의 원작 소설은 프랑스의 문호(文豪) 빅토르 위고(1802~1885) 작품. 위고가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말년에 쓴 작품으로, 스스로 "이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 원작의 뮤지컬은 모두 대히트를 기록했다. '레미제라블'은 1985년 런던 초연 뒤 22개 언어로 51국에서 공연해 70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선스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역시 위고 원작. 1998년 프랑스 초연 뒤 25국에서 3000회 이상 공연되며 관객 1200만명을 모았다. 두 뮤지컬 모두 오리지널과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에서도 기록적 흥행을 했다. '웃는 남자' 역시 박효신·수호 등 무대에만 오르면 전회 매진되는 스타 캐스팅으로 흥행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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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원작 ‘뮤지컬 불패’ - ①웃는 남자(2018) 제작 기간 5년, 제작비 175억원의 창작 뮤지컬. ‘레베카’의 로버트 조핸슨 대본·연출,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②레미제라블(1985~) 런던 초연 뒤 22개 언어로 51국에서 7000만명 관람. 프로듀서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만든 캐머런 매킨토시. ③노트르담 드 파리(1998~) 파리 초연 뒤 25국에서 3000회 이상 공연되며 1200만명 관람. 현재 세종문화회관 라이선스 공연 중. /EMK·레미제라블 홈페이지·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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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야기의 구조는 기승전결이 리듬감 있게 이어지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서적 힘은 결국 감정의 고저장단을 조종하는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윈플렌을 유혹하는 귀족 부인 조시아나의 심리적 흐름 등에도 좀 더 디테일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박병성 뮤지컬평론가는 "지금까지 우리 뮤지컬의 경계를 뛰어넘은 세계적 수준의 무대 미술을 보여줬다. 스펙터클을 강조한 작품 특성상 이야기가 흐려진 감은 있지만, 노래로 주제 의식을 부각시킨 솜씨도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공연은 내달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9월 4일~10월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홀.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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