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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증선위, 삼성바이오 핵심 쟁점 ‘고의 분식회계’는 결론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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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끝내고 금감원에 재감리 요청

삼성바이오, 상장 폐지 위기 넘겨

“행정소송 포함해 대응 방안 검토”

주가, 시간 외 거래서 하한가 기록

중앙일보

증권선물위원회가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조치안 심의 결과 공시 누락 부분에 대해 ‘고의’라는 판단을 내렸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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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혐의자가 도로를 무단으로 건너다 잡혔는데, 절도 혐의 판결은 미루고 무단횡단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한 격.”

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에 대한 의결 결과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가 한 얘기다.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느냐”는 핵심 쟁점은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종결하고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공시 누락 부분에 대해서만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금융위 부위원장인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삼성바이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공동 설립하면서 주주 간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49.9%까지 확보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부여했는데 이를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핵심 사안이었던 분식회계 혐의에 관해선 판단을 하지 않고 심의를 종결했다. 다시 말해 판사(증선위)가 검사(금감원)의 공소장(감리조치안)에 증거가 부족해 판결할 수 없다고 한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특별감리를 진행한 결과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봤다. 이에 따라 증선위 측에 대표이사 해임 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조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증선위는 세 차례에 걸친 심의 끝에 금감원 측에 조치안을 수정·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분식회계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삼성에피스 설립 직후인 2012년부터의 회계처리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이를 거부했다. 사안을 과거 회계까지 확대하면 2015년에 발생한 회계기준 위반 이슈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대신 증선위에 과거 회계 처리에 대한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증선위의 이번 심의 종결 및 재감리 요청 결정은 금감원 측 거부 의사에 대한 부정적 답변인 셈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조치안 수정 요청에 대해 금감원이 난색을 보이고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며 “조치를 내릴 수 없으면서 상당 기간 교착상태가 지속하는 것이 시장 혼란을 키운다고 봤기 때문에 심의를 종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선위의 재감리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현행법상 증선위가 감리를 결정하고 금감원이 이를 위탁받아 집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재감리 요청은 법령상 감리의 주체이자 권한을 가진 증선위의 엄정한 명령”이라며 “감리 집행기관인 금감원의 신속하고 성실한 집행을 당연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의) 재감리 거부는 현행 법령상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 의결에 따라 금감원이 다시 감리를 시작해야 하는데 감리가 끝나 증선위가 다시 사안을 검토하기까지는 몇 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선위 결정에 대해 금감원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는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의 감리, 감리위·증선위의 심의 등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했고 최선을 다해서 소명했는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규 장에서 3.37% 상승하면서 거래를 마쳤던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가격제한폭(-9.9%)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상장 폐지 위기는 일단 넘기게 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시 누락은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윤·정용환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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