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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성장률 2.9%로 내려잡은 韓銀, 이조차 장밋빛 전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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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어제 우리 경제가 올해 2.9%, 내년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세 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와 내년 3.0%, 2.9% 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외 여건이 나빠지자 전망치를 0.1%포인트씩 내려 잡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3.1%)만 제외하면 2015년 이후 줄곧 2%대 저성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조차도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수출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소비도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내년에도 수출과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잠재력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양 날개인 수출과 내수 환경을 살펴보면 이는 희망적 사고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우리나라 상품 수출 증가율이 상반기 3%에서 하반기 4%로 높아질 것으로 보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격화되고 있고 이달 초부터는 실제로 한국 수출이 크게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하반기 수출 호조를 점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도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지난해 0.3%포인트에서 올해 1.2%포인트로 높아질 것으로 봐도 좋을지 의문이다.

내수도 마찬가지다. 세 달 전 한은은 올해 취업자가 26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가 이번에 18만명 증가로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취업자 증가가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최악의 고용 쇼크를 고려하면 이것조차 상당히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고용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금리 인상으로 가계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주택시장마저 가라앉으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2.6%에서 올해 2.7%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갈 수 있다.

한은도 지적했듯이 하반기 성장 경로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무역전쟁과 고용절벽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비상한 경계감과 가장 기민하고 유연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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