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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2년마다 되풀이되는 국회 공백…법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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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원구성 기한 무시하고 '밥그릇' 싸움…정국 현안 협상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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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제20대 후반기 국회가 13일 의장단을 선출하는 것으로 공식 출범한다.

여야가 지난 10일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함으로써 지난 5월 30일부터 40일 넘게 이어져온 국회 공백 사태가 비로소 해소되는 셈이다.

법 규정대로라면 20대 국회는 정세균 전 의장의 임기 만료(5월 29일)에 앞서 지난 5월 24일 차기 의장단을 선출한 뒤 같은 달 29일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고 공백 없이 후반기로 접어들었어야 했다.

국회법 제15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총선거 후 첫 집회일에 2년 임기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해야 하며, 후반기 의장단 선거는 전반기 의장단의 임기만료일 5일 전에 치러야 한다.

2년 임기인 상임위원 역시 임기만료일 3일 전까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의장에게 선임을 요청해야 하며, 상임위원장은 전임 상임위원장의 임기만료일까지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한다.

원구성 협상 지연으로 매번 되풀이되는 국회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1994년 제14대 국회에서 이런 규정이 신설됐지만, 지금까지 의원들이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당 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는 데다 정국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원구성이 협상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하면서 2년마다 국회 공백 사태가 되풀이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입법조사관의 '국회 원구성 과정의 특징과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원구성이 완료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것은 정당 간 협상을 통한 원구성 관행이 확립된 제13대 국회 이후다. 제6대부터 제12대 국회까지는 승자독식의 원칙에 따라 국회의장직과 상임위원장직을 다수당이 독점했기 때문에 원구성에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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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국회부터 제19대 국회 전반기까지 전·후반기 임기 개시 후 원구성이 완료되는 데에는 평균 43.5일이 걸렸다. 원 구성 협상 지연에 따라 국회의장 자리는 평균 24일가량 공석으로 방치됐다.

특히 1992년 출범한 제14대 국회는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실시 시기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전반기 원구성을 완료하는 데 무려 125일 걸렸다. 첫 임시회는 그해 6월 29일 소집됐지만,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의 상임위원 선임 거부로 민주자유당과 무소속의원만이 상임위원 선임을 7월 7일 완료했고, 민주당과 통일국민당은 10월 2일에야 상임위원을 선임하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에는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아의 냉전이 길어지면서 무려 65일간 국회의장이 공석인 사태가 빚어졌다. 역대 최장의 의장 공석 기록이다.

제18대 국회가 출범한 2008년에는 한미쇠고기협정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 정국으로 여야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의장직 공석 사태가 41일간 이어졌고, 원구성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88일이 걸렸다.

원구성 지연에 따라 반복되는 국회 공백 사태는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를 감독하는 국회 기능의 마비를 불러일으킨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부재는 국가공식행사의 의전에 차질을 초래한다. 또 외국사절단의 국회 방문 때는 외교적 결례로도 이어진다. 일례로 1998년 제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회 예방이 무산된 적이 있다.

국회 공백 사태는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면서 세비 반납 운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 출범 당시 원구성 지연으로 국회 공백이 길어지자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의원 251명을 상대로 '의원 세비 반납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한나라당 초선 의원 33명은 6월 세비 전액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제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에도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한 달 가까이 넘겨 늑장 개원하자 새누리당 의원 147명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6월 세비 13억6천만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법정 기한 내 국회의장단이 선출되지 못하고 원 구성을 하지 못하는 경우 지연된 기간만큼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도 몇 차례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번번이 폐기됐다.

해외 주요국가들은 대부분 의회 의장과 상임위원장 임기가 국회의원 임기와 동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임기 중반에 원 구성을 다시 할 필요는 없다.

미국 하원의 경우 임기 개시 이후 처음 소집되는 회의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위원 배정도 마쳐 원구성을 완료한다.

개원 첫날 의회가 원구성을 완료할 수 있는 것은 선거가 끝난 후부터 임기 개시 이전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원총회에서 각 당의 의장 후보자를 미리 선출하고,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 배정도 의원총회에서 미리 결정하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은 다수당이 독점하는 관행이 확립돼 이를 둘러싼 갈등의 여지는 없다.

전진영 조사관은 "원내교섭단체 간 원구성을 협상하는 관행은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원구성 방식보다 민주적이지만, 국회의 기본적인 업무수행의 틀을 갖추는 원구성이 정치적 협상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원 구성 시한 이전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완료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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