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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일, 러시아의 포로" 망언···옆자리 켈리도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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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체적으로 러시아 통제 받고 있다"

나토 사무총장과 조찬회담서 맹비난

발언 순간 켈리 비서실장 얼굴에 불쾌감

백악관 "빵·치즈만 나와 기분 나빴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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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향해 "러시아의 포로"라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회담에서 서로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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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보다는 돈'을 강조하는 트럼프 스타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유럽을 겨냥한 무역전쟁에 나선 데 이어 정상회의에서 나토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방위비 증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대치한 데 이은 2라운드다. 서로에 대한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11~12일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나토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국내총생산)의 2%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왜 (나토) 29개 회원국 가운데 5개국만 이 합의를 충족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트위터에서 "미국은 유럽 보호를 위해 국방비를 지불하고도 무역에서 수십 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나토 회원국은) 국방비 지출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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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담에서 참석한 정상들이 11일(현지시간)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를 돌아보며 뭔가 말을 걸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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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으나 이날 회의에서 GDP의 4%까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당초 목표치의 2배로 가장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미국(3.5%)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 현재 나토 회원국들 중 GDP 대비 2% 넘게 국방비를 쓰고 있는 곳은 그리스·영국·에스토니아·폴란드·루마니아 뿐이다. 프랑스(1.8%), 독일(1.2%), 이탈리아(1.1%) 등은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의 불만은 독일에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취소를 독일이 가장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데다,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 증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1일 옌스 스톨텐베리크 나토 사무총장과의 조찬회담에서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미국의 안보 능력에 무임승차아며 미국과 유럽의 위협이 되는 러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매우 부적절하다"며 독일이 러시아 가스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노드 스트림 2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Captive to Russia)가 돼 있다. 독일은 총체적으로 러시아의 통제를 받고 있다(Germany is totally controlled by Russia)"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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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앞서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올려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은 총체적으로 러시아에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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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포로' 발언에 독일 메르켈 총리는 발끈했다. 그는 즉각 자신이 동독 출신임을 상기시키며 "난 소련의 통제를 받았던 동독에서 직접 경험했던 사람이다. 오늘날 통일 독일에선 우리는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고, 또 결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2024년까지 독일은 방위비를 GDP의 2%까지(현재 1.2%) 올리기로 한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주미 독일대사도 이례적으로 CNN에 출연해 트럼프 발언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 대한 거친 언사로 미국의 핵심 동맹을 타격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와의 단독 회담 전 트럼프 발언(독일은 러시아의 포로)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에 던진 '불신의 쇳덩이'가 서방의 단합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의원도 별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확고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들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더 충실하다는 또 하나의 매우 혼란스러운 신호를 줬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발언 순간 트럼프의 옆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동작에 주목했다. WP는 표정 분석 전문가인 패트릭 스튜어트 아칸소대 교수를 인용, "트럼프 발언이 있자마자 켈리 실장이 몸을 돌리고 입술을 오무리는 표정에서 불쾌함, 아마도 짜증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켈리 실장의 반응과 관련 별도 성명을 내고 "켈리 실장은 (트럼프 발언에 기분이 나빴던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아침식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페이스트리(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빵류)와 치즈 밖에 안 나와 기분이 나빴다"고 해명했다.

한편 나토 29개국 정상들은 11일 채택한 정상선언문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에 단호한 압박을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 정상들은 "우리는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선언들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이 여러 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그 같은 실험을 중단하고 국제적 약속과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또 "북한이 말레이시아에서 VX신경가스를 이용해 김정남 암살사건을 일으킨 것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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