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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오타니는 조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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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평행이론
한국일보

오타니는 '이도류'로 메이저리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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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열풍이 주춤했다.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초반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야구전문가들도 5월 이후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 그들의 예언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오타니의 패턴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한때 우리 땅을 유린한 조총의 역사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일본 야구와 조총은 모두 수입품이다. 조총은 1543년에 처음 일본에 소개됐다. 이후 50년 만에 일본의 조총 제작 기술은 유럽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오타니는 미국에서 수입한 야구를 미국인 이상으로 잘한다. 종주국을 능가한 조총과 비슷하다. 오타니가 먼저 일본 야구를 평정했듯 조총도 비슷한 순서를 밟았다.

조총의 위력을 열도에 알려진 계기는 1575년에 벌어진 나가시노 전투였다. 조총 부대가 전면에 나서서 일본최강으로 통하던 기마부대를 물리쳤다. 이후 일본 내 전쟁에서 조총이 주력 무기로 자리 잡았고, 20년 도 채 안 돼 해외로 진출했다. 바로 임진왜란이었다.

해외로 진출한 조총과 오타니. 오타니의 운명은 조총이 걸어간 길을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조선군은 처음엔 신무기에 고전했지만 얼마 안 가서 반격을 시작했다. 조총 부대를 잡는 법을 터득했다. 조선에는 산악지대가 많은 만큼 숲에 들어가면 조총이 쉽게 무력화됐다.

적의 약점을 파악한 조선군의 활약은 눈부셨다. 조선이 처음으로 들어왔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대는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1만8,700명 중에서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전쟁이 터지고 나서 3달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왜란은 결국 조선의 승리로 끝이 났다.

메이저리그의 오타니도 비슷한 모양새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밥 먹고 야구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장 즐기는 지적 놀이는 상대팀 분석이다. 어디가 약한지 파악이 되면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타니가 갈수록 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체력적인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군 역시 전쟁이 길어지면서 지쳐갔다. 총이나 칼, 전술과는 상관없었지만 싸우기도 전에 피곤한 건 전쟁에 치명적이다. 오타니 역시 야구 기술과 상관없는 부분에서 무너졌다. 이 역시 예견된 일이었다. 일본 출신투수 다르빗슈도 일찌감치 오타니의 미래를 내다보고 “투수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미국언론은 왜 오타니에게 흥분했을까? 간단하다. 메이저리그도 흥행에 신경 쓴다. 오타니라는 흥행카드에 괜히 찬물을 뿌릴 필요가 없다. 매년 초반에 반짝하다가 부상으로 쉬게 된다 하더라도 그에게 열광할 때만큼은 흥행(수익)이 보장된다. - 오타니를 보러 야구장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게다가 관련 상품 판매와 중계에서 파생되는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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