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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언론·정치인의 ‘섣부른 입’ ‘난민 가짜뉴스’ 무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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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언론, 제주 난민 보도를 왜곡 번역한 누리꾼 게시물 국내 언론이 검증 없이 인용

한국당 관계자는 SNS에 “이슬람 학생이 교수 협박”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난민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이 확인되지 않은 ‘가짜정보’로 확대·재생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는 데 동참해 난민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에는 제주 예멘 난민들이 해외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난민 지원이 형편없어 예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등의 불평을 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됐다. 해당 글에 담긴 인터뷰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제주 예멘 난민들 인권실태를 취재한 것으로, 지난 6월29일 알자지라의 영어판 유튜브에 게시된 것이다. 이를 한 누리꾼이 한국어로 번역해 만든 카드뉴스는 식당에서 근무하는 예멘 난민의 발언을 “이런 섬에 갇혀 있느니 예멘으로 돌아가고 싶다” 등으로 왜곡했다. 일부 언론은 이 글을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 원본을 확인해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지목된 난민은 “예멘이 평화로워지면 가족들이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했을 뿐 “이런 섬에 갇혀 있느니”와 같은 발언은 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 대한 ‘배부른 불평을 했다’는 주장은 조작된 것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30일 ‘종각역에서 이슬람인들 타하루시 집단성폭행 모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한 기사를 근거로 들며,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기사는 국내 한 언론사가 미국인 남성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2016년 작성한 ‘강간 모의’ 글을 받아쓴 기사였다. “한국에선 강간당하는 여성을 도우면 ‘쌍방’으로 몰려 전과자가 된다”는 잘못된 사실을 적시하는 등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글이었다. 무슬림의 강간 놀이로 알려진 ‘타하루시’라는 용어 역시 중동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무슬림 남성들에게 성폭행당한 영국 여성들’이란 사진도 SNS에서 확산됐지만, 해당 사진은 미국의 한 경찰관이 여성 범죄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담긴 사진이었다.

정치권이 난민 혐오를 부추기는 ‘가짜정보’ 생산에 앞장선 일도 있었다. 최은혜 자유한국당 중앙위원회 여성분과 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대 공대에 유학 온 이슬람 학생들이 강의 도중 큰 소리로 기도를 해서 교수가 이를 말리자 해당 국가 대사관이 공식 항의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이 SNS에서 여러 번 공유되자 서울대 관계자가 “그런 사건은 들어본 적 없고 대사관이 항의해온 적도 없다”고 설명하면서 정치권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치권은 난민 수용 반대 집회에도 가세할 예정이다. ‘난민대책국민행동’ 등은 오는 1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여는 ‘난민법 및 무사증(무비자) 제도 폐지 촉구 집회’에 조경태 한국당 의원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 측은 “집회 참가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인도주의적 난민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짜정보에 대한 배경에는 이전까지 난민 문제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시민들의 두려움이 있다”며 “가짜정보를 강제로 규제할 수도 없지만, 특정 집단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부추기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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