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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옆구리 '쿡쿡' "아가씨, 표! 있다니깐" 추행하듯 야구 암표 구매 강요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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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행하듯 야구 암표 강권 ‘극성’ / 단속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아 / 매표소 앞, 당연한 듯 암표상 활개 / 단속 자체가 쉽지 않아 / 관련 사법처리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 / 암표상을 적발해도 경범죄 / 즉결심판 받고 20만원 이하 벌금만 내면 끝 / 어깨를 잡거나 허리를 ‘쿡쿡’ 찌르며 끈질기게 구매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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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중앙 매표소 앞 풍경. 이날 2018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암표상들이 기웃거리면서 표를 강권했다.


“암표상이 단속을 무서워한다고요? 단속 경찰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보면 인사하는 사이라고 여기면 됩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중앙 매표소 앞에서 만난 한 야구팬은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전했다. 이날 2018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열렸는데, 암표상들은 매표소 앞에소 버젓이 기웃거리면서 표를 강권하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근에는 야구팬들과 노점상인들, 잠실구장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까지 북적였는에 누구 하나 암표 강권을 제지하지 않았다. 익숙한 광경인 양 관심조차 두지 않는 모양새였다.

올해 프로야구 KBO 리그는 시즌 관중 500만명을 돌파했다. 30년이 넘는 역사상 역대 4번째 최소경기 기록으로 그만큼 인기가 뜨겁다는 얘기다. 올시즌 들어 지난 8일 426경기를 치른 2018 KBO 리그는 관중 503만7123명을 기록해 2008년 이래 11년 연속 관중 500만명을 넘었다.

이처럼 뜨거운 야구 열기에 편승해 암표상들은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활개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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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중앙 매표소 앞.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매표소 앞에는 인파로 북적였다.


중앙 매표소 앞에서는 야구팬과 암표상 간 거래가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야구팬이 표를 파는 일도 있었다. 한 남성이 다가서자 암표상은 옆으로 멘 가방에서 돈을 주섬주섬 꺼내 자연스럽게 건넸다. 매표소 앞인데도 당연한 거래인 양 거리낌이 없었다. 표를 산 암표상은 바로 판매에 들어갔다. 현장 판매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강권을 이어갔다. 짜증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익숙한 듯 무관심한 이가 대부분이었다.

잠실구장을 찾은 한 직장인은 “암표상을 단속하는 것을 못 봤다"며 "저만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암표상이 마치 정당한 판매자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함께 있던 이모씨는 “야구팬들 스스로가 암표를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며 “결국 팬들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실구장을 둘러본 결과 다른 매표소도 마찬가지였다. 매표소 진입로에는 암표상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모자를 쓴 중년 남성부터 노인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어림잡아 20여명이 넘는 암표상들이 매표소 앞을 서성이며 손님을 찾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기 민망한 풍경도 눈앞에서 버젓이 펼쳐졌다.

딸과 함께 온 한 야구팬은 “암표상들만 봐도 짜증난다"며 "적당히 해야 이해라도 하지 이건 뭐 옷깃을 잡아 당기고, 밀기까지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주로 노인분들이 구매를 강요하니 애들 앞에서 화도 낼 수도 없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로 토로했다.

실제로 매표소 앞 암표상들은 아이들이 버젓이 보고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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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주변에서 한 초등학생들이‘암표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라는 어깨띠를 착용하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날 잠실구장 주변에는 십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암표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라는 어깨띠를 착용하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다.

황망하게도 암표 강요는 캠페인에 나선 초등학생 바로 옆에서도 지속됐다.

“표 있어! 표! 표! 빨리 사, 어이 거기 이쁜 아가씨 어디 앉고 싶은데!”라고 소리쳐도 제재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암표상이 남녀 구분 없이 팔을 잡거나 표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암표에 관심을 보이면 끈질기게 구매를 강요했다.

한 야구팬은 “암표 행위가 위법이라고 해봐야 경범죄에 불과하다"며 "단속해봐야 달라지는 것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경찰들도 그냥 넘어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그간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여전히 단속 자체가 쉽지 않고 처벌 수위가 약한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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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앞에서 한 야구팬이 암표상과 거래를 하고 있다. 이 남성이 표를 들고 다가서자 암표상은 옆으로 멘 가방에서 돈을 꺼내 자연스럽게 건넸다.


경찰이 현장에서 암표상을 적발해도 경범죄에 그친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암표상은 즉결심판을 받고 20만원 이하 벌금만 내면 그만이다.

현행법상 현장이 아닌 온라인상 암표 매매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횡포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지난해 광주 기아 챔피언 스파크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티켓 한장에 28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을 정도다.

온라인 암표상들은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부정 예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구팬 민모(32·남)씨는 “힘들게 예매를 했는데, 암표상들이 여기저기서 표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보면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 암표상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이른바 '인터넷 티켓 싹쓸이·암표 처벌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는 감감무소식. 피해는 고스란히 야구를 즐기는 팬에게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대량으로 티켓을 확보하는 기업형 암표상까지 등장한 만큼 관계부처가 협의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게 이들 전문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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