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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팝업리뷰]'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잊히는 것에 대한 애틋한 순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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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추억, 그 하나만으로 과거는 가치 있는 것이다.

과거를 살았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바라보는 삶에서 과거는 결국 잊혀져가는 순간들이다.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하는 추억들도 빛바래져가고 차곡차곡 쌓아둔 기억들에는 먼지가 쌓여 점점 희미해져간다. 그럼에도 과거를 붙잡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미련의 감정일 뿐일까. 분명 잊혀야 하는 것을 붙잡고 있는 것은 미련이다. 하지만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과거를 붙잡고 있는 것이 과연 미련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녹이 슨 캐비넷을 열고 먼지가 쌓인 오래된 필름 릴에 꽂힌 영화를 영사기에 넣어 돌리며 “잊혀진 영화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라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판타지로 가득 차보일 수도 있는 영화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켄지’(사카구치 켄타로)가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흑백 고전 영화 속 ‘미유키’(아야세 하루카) 공주를 동경하게 되고, 그런 공주가 기적과도 같이 스크린에서 현실로 튀어나오면서부터 영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풀이되기 때문. 흑백영화에서 튀어난 ‘미유키’는 당연히 색채가 없는 흑백의 인물이고, 성격 또한 영화 속 그대로다. 분명 실제의 배우가 가상의 공간에서 연기한 영화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속에서는 캐릭터 자체로 영화 속 세상에서만 살아간다는 ‘미유키’ 공주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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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스틸


일본 영화 특유의 쾌활한 표현들이 이러한 당돌한 상상력에 덧입혀진다. 흑백의 인물 ‘미유키’는 ‘켄지’가 근무하는 쿄에이 영화사의 스튜디오에서 말광량이 공주의 진면모를 발휘한다. ‘미유키’로부터 발산되는 소소한 웃음 포인트는 이 허무맹랑한 판타지에 관객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길을 확실하게 마련해둔다. 특히 극 중 쿄에이 영화사의 톱스타 ‘슌도’ 역을 맡은 키타무라 카즈키는 그간의 영화들에서 뽐내왔던 이번 작품에서도 코믹 연기를 기가 막히게 소화해낸다. 물론 너무나 경쾌한 표현들이 극의 분위기를 다소 유치하게 만들 수 있는 경향이 있으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 온다.

‘켄지’와 ‘미유키’의 애틋한 로맨스 또한 유머러스한 표현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남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과거 사극에서 튀어나온 ‘미유키’는 계속 ‘켄지’를 자신의 ‘하인’이라고 부르며, 상황을 계속 곤란하게 이끌어감에도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켄지’와 ‘미유키’를 연기한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와 아야세 하루카의 연기력이 큰 몫을 한다. 특히 ‘켄지’의 순진무구한 사랑을 표현하는 사카구치 켄타로의 맑은 미소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설렘의 감정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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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스틸


영화에서 또 한 가지의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과거 필름 시대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영화란 곧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라는 신조로 영화를 만들어가던 시대. 이러한 과거에 대해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은 ‘경향’이 아닌 ‘진심’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60년대의 영화인 ‘켄지’가 20년대의 영화 속 캐릭터 ‘미유키’를 사랑하게 되고, 이러한 이야기를 2018년의 늙은 ‘켄지’가 풀어낸다는 설정은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과거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미유키’에 대한 ‘켄지’의 순수한 사랑은 감독 자신이 영화에 던지는 사랑임이 분명하다.

‘켄지’와 ‘미유키’의 애틋하고도 기적같은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한 은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미유키 공주(아야세 하루카)가 흑백영화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판타지적 요소도 있다. 하지만 둘의 순수한 사랑은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라고 소개한 사카구치 켄타로의 말처럼,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과거에 대한 애틋함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는 가슴 따뜻한 로맨스로 관객들의 마음에 훈훈한 감성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11일) 개봉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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