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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국민연금의 경영개입·노동이사제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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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전경련 ‘기업 혁신’ 특별대담

같은 돈 투자한 노동자의 주권행사를 사회주의로 해석하면 안돼

주식 보유기간 따른 가중의결권으로 단기차익 외국자본 견제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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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55)가 “국민연금 등 공공성을 가진 대규모 투자자들이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주요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에도 찬성했다. 그는 “투기자본 방어를 위해 장기 주주에게 주는 가중의결권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펴낸 유명 경제학자인 장 교수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에서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개방 및 자유화를 한국 경제 저성장의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똑같은 돈을 가지고 노동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사회주의이고, 자본가가 행사하면 자본주의냐”며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개입에 찬성했다. 이어 “독일이나 스웨덴과 같이 주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와 지역사회 대표를 이사로 참여시켜 기업 경영에서 단기투자 주주보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 교수는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자체는 옳다고 보지만, 액수나 적용 분야를 달리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 “선진국의 장벽은 뚫지 못하고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는 등 큰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선진국들이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약, 기계, 부품, 소재 산업 등에는 우리 기업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주력 산업인 조선, 철강 등은 중국에 잠식당했고, 반도체도 한국의 우위가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한국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1인당 국민소득 기준 경제성장률이 6%가 넘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2~3%대로 떨어졌다”며 “주된 이유는 외환위기 이전 14~16% 수준이던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의 비율이 7~8% 수준으로 반토막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어졌고, 이들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중의결권 도입을 제안했다. 1년 이하 보유 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는 2표, 3년 이하 보유는 5표, 5년 이하 보유는 10표 등을 주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본이득세를 크게 감면해주는 제도를 도입해 장기주식 보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재계에서 요구하는 포이즌필(적대적 인수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황금주(보유 주식 수량에 관계없이 기업의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 등은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방어 장치가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중소기업을 위해선 소비자대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더 많이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첨단 산업의 경우 관세, 보조금 등을 통해 정부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까지 컴퓨터, 인터넷, 반도체,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국방연구 지원이 없었다면 실리콘밸리의 등장은 불가능했다”며 “연구·개발 지원, 장기금융 지원 등의 산업정책은 계속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이날 대담에서 주주자본주의의 단기이익 추구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중국 기업의 약진에는 단기이익 추구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자본’의 역할이 컸다”면서 “주주민주주의에 입각한 단기이익 추구 성향이 강해지면 대규모 사내유보금을 가진 기업조차도 공격적 투자를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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