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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한글 패션 만난 K팝 … 한류 새 물꼬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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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상봉과 래퍼듀오 AXM

'한글패션' 의상 입고 신곡 활동 계획

"한국 문화 자연스레 전달하고 싶어"

중앙일보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이상봉 부티크에서 만난 이상봉 디자이너, 가수 마루치, 조명숙 의상프로듀서, 가수 알렉산더. 네 사람은 의상, 노래 등 협업을 통해 필리핀에서 한류돌풍을 일으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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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패션’으로 유명한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와 래퍼 듀오 AXM이 만났다. 오는 12일 필리핀에서 쇼 케이스를 열며 앨범을 발표하는 AXM의 활동의상을 이상봉 디자이너가 맡게 된 것. 이들의 목표는 필리핀에 K팝과 K패션을 동시에 전파하는 것이다.

AXM의 멤버는 보이그룹 유키스의 전 멤버였던 알렉산더와 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인 마루치다. 2011년 유키스를 탈퇴한 알렉산더는 밀렸던 학업에 열중하며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14학번에 입학했다. 아리랑TV 라디오 등에서 DJ로, 드라마 ‘불후의 명작’ ‘무림학교’ 등을 통해 배우로 활동하던 알렉산더는 지난해 필리핀 드라마 ‘마이 코리안 자기야’ 주연으로 발탁돼 현지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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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스 출신의 가수 알렉산더는 지난해 필리핀 드라마 '마이 코리안 자기야'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그가 입고 있는 의상은 이번 앨범 활동을 위해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가 새로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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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가 우연히 필리핀에 여행 갔다가 평범한 여주인공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서 살아가는 일일드라마에요. 원래 40부작으로 계획됐던 게 인기가 좋아서 3번이나 연장하면서 올해 1월 110회로 종영됐어요. 한국에선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별로 없는데, 필리핀에선 마스크를 쓰고 나가도 금세 알아챌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죠.”(알렉산더)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홍콩 국적을 가진 알렉산더는 아직 한국어보다 영어가 자유롭다. 다행히 ‘마이 코리안 자기야’에선 한국어는 조금 쓰고, 영어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연기에 더 열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혼생활까지 다루게 되니까 ‘고부갈등’처럼 한국과 필리핀의 서로 다른 문화들이 드라마에 등장했고, 갈수록 한국 문화를 필리핀에 제대로 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알렉산더)

유키스 이후 연예계를 떠날 생각까지 했던 알렉산더는 오랜만에 다시 가수가 되어 K팝 전사로서 필리핀에서 활동할 계획을 세웠고, 새로운 파트너 마루치(본명 김도윤)와 함께 앨범 작업을 마쳤다. 두 사람의 의상을 담당하게 된 스타일리스트 조명숙씨는 이왕이면 K패션까지 전파할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는 대한민국 1세대 패션 기자로 ‘보그 코리아’ 등 다수의 패션잡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필리핀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알렉산더를 통해 한국의 패션을 알리고 싶었고, 제일 먼저 이상봉 선생님을 떠올리게 됐죠.”(조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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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비롯해 단청, 조각보, 소나무, 기와, 책가도 등 다양한 주제를 패션에 담아 외국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온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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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파리컬렉션을 통해 ‘한글 패션’을 처음 선보인 이상봉 디자이너는 꾸준히 패션을 통해 한국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통자수, 조각보, 기와, 소나무, 신사임당 서화, 단청 등을 모티브로 한 옷들을 꾸준히 만들었고 2017 봄여름 컬렉션에선 조선후기 유행했던 ‘책가도’를 주제로 무대를 열기도 했다. 또 2년간 대한민국 민화아트페어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지난해에는 조선왕실의 상징인 ‘일월오봉도’를 캐주얼한 티셔츠에 옮기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일월오봉도는 2011년 김연아 선수의 프리의상을 제작할 때도 사용했던 것으로 이상봉 디자이너의 한국 문화 주제 중 하나다.

“알렉산더와는 몇 해 전 환경재단 패션쇼에서 모델과 디자이너로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어요. 그때는 한국어를 잘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나니 한국어가 놀랄 만큼 늘었더라고요. 한국에서 연예계 활동을 접을 만큼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꾸준히 한국어를 노력하고, 이제 필리핀에 한국 문화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욕까지 높다는 걸 알고 도와주고 싶었죠.”(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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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마루치(본명 김도윤)는 이번에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로 알렉산더와 함께 AXM을 결성, 필리핀에서 K팝 전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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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M이 필리핀에서 부를 메인 곡은 ‘Keep ya head up’과 ‘SMN(소문내)’. 이상봉 디자이너는 이 두 곡의 뮤직 비디오 의상과 필리핀에서 활동할 때 입게 될 주요 의상 9개를 새로 만들었다. 이중에는 그의 시그니처인 한글 패션이 포함됐다.

“모두 영어로 노래해도 될 텐데, 노래마다 꼭 한글 가사를 넣고 한글 버전도 따로 만들었더라고요. 그 마음을 표현해주고 싶었죠.”

대표적인 것이 마루치가 입게 될 힙합 의상이다. 모자가 달린 긴 조끼 바탕에는 ‘소문내’라는 세 글자와 함께 한글 가사가 적혀 있다.

“필리핀에서 활동하면 노래 가사에 대해 설명하게 될 테고, 또 제가 이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하겠죠. 그때 자연스레 한국어를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가사에도 한글 랩을 넣었죠.”(마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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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이상봉 부티크에서 만난 마루치(왼쪽)와 알렉산더. 두 사람은 오는 12일 필리핀에서 앨범을 발표하고 AXM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의상은 이상봉 디자이너가 만든 '일월오봉도'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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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비디오를 촬영할 때도 한강고수부지, 동부이촌동 기찻길, 인사동 등 일부러 한국에서만 촬영했다고 한다. 필리핀에선 한국의 이국적인 풍경일 테고, 이 또한 팬들이 궁금해 하는 한국 문화 이야기가 될 것을 고려한 것이다. AXM은 자신들을 위해 새로 제작된 옷 외에도 ‘일월오봉도’ 티셔츠, ‘세월호’를 모티브로 한 셔츠 등 이상봉 디자이너가 한국 문화를 주제로 만들었던 옷들을 많이 입을 생각이다.

“필리핀에 K팝은 많이 알려졌지만 한국 문화는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죠. 패션을 통해 한글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싶어요. 또 한 가지 바람은 필리핀에서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자녀)’는 부정적이고 슬픈 단어인데 저도 혼혈이라 남의 얘기 같지 않아요. 이번 기회에 그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싶어요.”(알렉산더)

“한글이 한류의 축으로 다시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제가 파리 무대에서 처음 한글을 선보일 때만 해도 그들에게 한글은 낯선 존재였죠. 하지만 지금은 외국 대학에도 한국어과가 많이 생겼고 한글이 또 한 번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이상봉)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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