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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안희정, 언론사 간부 통해 취재 방해…아내·아들, 김 씨 행실·연애사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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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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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한 언론사의 ‘미투’(Me too) 관련 후속 보도와 관련해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미리 연락해 보도를 막으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안 전 지사의 부인인 민주원 여사와 아들이 피해자인 김지은 씨(33)의 사생활을 수집하려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구모 씨(29)는 9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성폭행·추행 혐의 3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한 기자가 (피해자와의 성관계 과정에서) 안희정의 위력을 증명하는 취재를 시작하자 안희정이 직접 해당 언론사의 유력 인사(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취재를 중단하라고 한 사실을 듣고 실망했다”고 진술했다.

구 씨는 피해자 김 씨 동료 중 한 명으로,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지사 경선캠프에서 선행업무(안 전 지사가 특정 장소에 도착하기 전 미리 가 동선 등을 체크하는 업무) 등을 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해당 보도가 나갈 것을 미리 알고 언론사 유력 인사에게 전화해 기사를 막아주면 (안 전 지사의 아내)민주원 씨 인터뷰를 잡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해당 기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구 씨는 또 안 전 지사의 성폭행·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여사와 그의 아들이 김 씨의 사생활 수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3월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 안 전 지사의 큰아들로부터 ‘그 누나(김지은) 정보를 취합해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며 “큰아들에게 전화했더니 민주원 여사가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민 여사는 ‘안희정이 정말 나쁜 XX다. 패 죽이고 싶지만, 애 아빠니까 살려야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새벽 4시에 우리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도 있다. 이상해서 내가 (지난해) 12월에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바꾸자고 했다. 김지은의 과거 행실과 평소 연애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구 씨는 김 씨가 수행비서가 된 직후부터 힘들다는 얘기를 자신에게 했다며 “특히 지난해 11월 피해자가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을 탈퇴했을 때쯤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가 ‘욕이 나오려 하고 계속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거나 수행비서를 그림자로 표현하며 ‘내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가 어떤 일 때문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수행비서로 임용된 점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나도 놀랐던 뜬금없는 임용이었다”며 “피해자는 굉장히 여리고 소심한 편이라 수행비서 업무에는 맞지 않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구 씨는 경선캠프 분위기에 대해 “안 전 지사는 캠프 내에서 우리의 희망이자 왕 같은 존재”였다며 “안 전 지사와 자주 접촉하는 팀장급을 제외하고는 의견개진조차 어려운 분위기다. 의견을 전하더라도 묵살되기 일쑤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경선 캠프에서는 술자리가 빈번하게 있었고, 많은 여성이 대부분의 팀장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나도 한 차례 뺨을 맞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김 씨는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은 방청하지 않았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 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 씨를 5차례 기습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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