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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밀착취재]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에요… 가족이 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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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식구 기다리는 유기동물들의 쉼터

지금쯤 티티, 도키, 말자는 새 주인을 만나 제2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 친구들은 한 달여 전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에 자리 잡은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에서 만난 유기견들의 이름이다. 버려졌던 개들이라 지난 삶이 어땠는지 누구도 모른다. 티티, 도키, 말자도 이곳에 와서 지어진 이름이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시대라고 한다. 2017년 실제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593만가구(28.1%)로 3가구당 거의 1가구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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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자(품종 말티즈)가 케이지 안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의 유기동물위탁사업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올해 서울에 마련한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는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유기견들이 많지 않다. 30마리 정도 수용이 가능한데 아직은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다 채워졌다면 오히려 그게 더 불행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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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품종 푸들)가 오전 시간 케이지에서 넓은 실내공간으로 나와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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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품종 시츄)가 오전 시간 실내공간 활동을 위해 기저귀를 차고 있다. 배뇨 기능이 아직 좀 약한 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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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진씨가 치와와 도키의 발톱을 다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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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품종 시츄)가 케이지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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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품종 포메라니안)가 전해진씨의 품 안에 앉아 있다. 사람을 너무 따라다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전해진씨와 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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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를 찾은 한 자원봉사자가 입양 대기 중인 소형견과 눈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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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운동가들이 중형견들을 산책시키고 다시 케이지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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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찾으러 올까… 인기척 날 때마다 ‘쫑긋’ 동물자유연대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중 대형견들이 인기척이 있을 때마다 케이지 밖을 내다보고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를 통해 들어온 아이들 중 선별돼 이곳으로 온 아이들입니다. 버려진 아이들이지만 협회에서 건강상태를 잘 점검받은 뒤 이곳으로 와 새로운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동물보호단체 등 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단체에서 경험을 쌓은 김세진 대표가 말한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도 공부를 했었고 지금은 반려견의 입양, 교육과 관련한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사람들한테서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얘네들한테서는 그런 것이 없어요. 동물들한테는 잘못이 없어요. 유기동물이라고 해서 공짜로 가져갈 수 있고 버려진 동물을 구제한다는 좀 거들먹거리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도 볼 수 있어요. 함께한다는 존중감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김 대표가 강조한다.

이곳의 일상은 오전과 오후 같은 일정이 반복된다. 변 상태를 보고 청소하고, 밥 주고, 운동시키고, 또 입양과 관련한 업무를 보고….

“이곳은 당연히 강아지 냄새가 나겠죠. 싫으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의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냄새가 좀 나네 하는 얘기에 윤정임 국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곳은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와는 좀 다른 성격의 장소다. 물론 이곳에도 평생을 같이할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견들이 있다. 버려진 게 아니라 학대받거나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물들이 구조돼 새 삶을 기다리는 곳이다.

“한 해 유기동물만 10만 마리가 넘고 동물번식장이 전국에 3000개 이상이나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500여개 번식장 외에는 모두 불법입니다. 오로지 사고팔기 위해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는 곳은 없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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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이 동물자유연대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 중대형 견사에서 청소하고 있다. 깨끗하게 잘 세척된 밥그릇이 반짝반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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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를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교육을 받고 중대형 견사에서 청소하고 있다. 보드판에는 약을 먹었는지, 밥그릇은 잘 수거되고 세척했는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메모가 별표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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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를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교육을 받은 뒤 산책마당에 난 잡초들을 뽑고 있다.


한 시간 동안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옮겨 산책장의 잡초를 뽑고 견사를 깨끗이 청소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자신의 집에서 개를 키운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한 소형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Don’t buy! Adopt me!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윤 국장이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은 두 마리의 동물을 살리는 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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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에 들어서면 원하는 동물사진을 가져가도 된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버려지고 학대받다 구조된 반려견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엔 반려란 짝이 되는 동무라고 나와 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 개들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김 대표도, 윤 국장도 했다.

글·사진=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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