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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낙태죄 폐지 집회…“임신 중지 여성 범죄자 낙인찍기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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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개 여성단체 광화문에서 “낙태죄 폐지하라”

천주교 신자·청소년·산부인과 의사 “임신중지 죄 아냐”

낙태죄 위헌 심리 중인 헌재로 행진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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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 검은색 옷을 입은 시민 5000여명(주최 쪽 추산)이 광화문광장을 메웠다. 낙태죄(형법 제269조 제1항, 형법 제270조 제1항) 위헌 소송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위헌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여성의 자궁은 공공재가 아니다’, ‘낙태죄 폐지가 시작이다’ 등의 피켓을 든 이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낙태죄를 여기서 끝내자”고 외쳤다.

16개의 여성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이날 광화문에서 전국단위 집회를 열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다. 주최 쪽은 “지난 5월24일 헌재의 낙태죄 위헌 소송 공개변론 이후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으며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해 왔던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는 다양한 여성들이 연단에 올라 낙태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자신을 천주교 신자라고 소개한 ‘베로니카’씨는 “최근 성당에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모습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여성의 임신중지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하느님도, 신부님도, 수녀님도 아니라 여성 그 자신이다. 교회는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낙태죄에 등 돌리지 말라”고 말했다. 임신중지를 두 차례 경험했다는 50대 여성 ‘가온누리’씨는 “학교에서 배운 ‘출산 후 100일 정도는 임신에서 안전하다’. ‘월경 후 1주일은 임신에서 안전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는데, 그 가르침은 제 몸과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 지식이었다. 국가는 학교의 가르침을 믿었던 제게 벌을 줄 수 있냐”고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청소년도 발언대에 올라 낙태죄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을 부정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며 “인공임신중절은 비상구 앞에 있는 여성에게 시민으로서 존엄한 삶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인 ‘하정’양은 “청소년 미혼모들은 임신 후 학업을 중단하고 빈곤이 심해지는 등 악순환을 겪는다. (임신으로 결혼한) 10대 부부도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피임도, 출산 이후의 삶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 국가에서 낙태를 막는 건 삶을 주체적 선택할 권리 박탈하는 것”이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그밖에 장애 여성, 비정규직 여성, 대학생 등이 연단에 올라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임신 중단 원격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을 설립한 네덜란드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가 직접 연단에 올라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곰퍼츠는 “임신중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거의 모두 합법인데 왜 한국에서는 불법인가”라며 “임신중지는 의료서비스고, 의료서비스는 절대로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발언을 마친 참가자들은 종로경찰서와 헌재 쪽인 인사동을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복귀해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집회현장에서 낙태죄 위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은 주최 쪽은 서명을 모아 헌재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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