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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팝인터뷰①]'허스토리' 민규동 감독 "늘 빚진 마음..작은 숙제 푼 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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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민규동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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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고통이 반복되면 안된다는 외침 전달됐으면..”

민규동 감독이 영화 ‘허스토리’를 통해 아무도 잘 알지도, 관심도 없었던 관부재판 실화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중심에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이 무거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지만, 민규동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민규동 감독은 김학순 할머니가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항상 존재했던 빚진 마음에서 출발했다면서 그렇다고 단순한 반일 영화로는 보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학순 할머니가 등장했을 때 충격적이었다. 어설프게 소문으로 알고 있었지만, 구체화된 첫 경험이었다. 금세 다른 이슈들에 묻혀서 지나갔지만, 내겐 강렬한 인장처럼 남았었다. 물론 그땐 내가 감독이 될지 몰랐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 있었고 감독이 되면서 자꾸 딴 영화만 만드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 빚진 마음이 있었다.”

이어 “10년 전 사이판 배경으로 하는 소녀 생존기로 기획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소재상 환영받지 못해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님들이 게속 돌아가시는 것 보고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고, 시나리오 세 편 정도 작업했다. 어떤 접근이 필요할지 내적 질문들이 있었는데 그러다 관부재판을 발견하게 됐다. 당시 많은 소송 중 제일 안 유명한 소송이었기에 영화적 가치는 더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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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포스터


관부재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이 6년 간 이끌었다. 민규동 감독은 관부재판을 위해 모든 걸 바친 김문숙 회장의 인생에 대한 궁금증에서 ‘허스토리’를 시작했다.

“할머님들도 대단하시지만, 할머님들을 이끌어가면서 인생을 바친 김문숙 선생님의 인생이 정말 궁금했다. 어떻게 모든 걸 바치는 외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다. 후회할 만도, 부질없는 짓으로 느껴질 수도, 외로울 수도 있는데 아직도 내려놓지 않고 계신다. 손님 한 명 와도 설명하면서 매일 살아가시는 삶이 아름다웠다. 그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부재판이 알려지지 않은 사건인 만큼 자료가 많진 않았다. 다행히 김문숙 회장이 직접 작성한 책이 영화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도쿄에서의 더 큰 소송들이 많았고, 부산에서 벌어진 일이라 자료가 많진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재판 기록이 일어로 꼼꼼하게 기록돼있었다. 또 그 기록들을 김문숙 선생님이 번역해서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계셔서 그걸 바탕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직접 쓰신 책 7편 중 하나인 ‘쓰러진 자의 기도’에 왜 관심을 갖게 됐고,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 자세히 있어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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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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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허스토리’팀은 부산 무대인사에서 김문숙 회장과 직접 만남을 가졌다. 민규동 감독은 김문숙 회장과의 의미 있는 조우에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하셔서 뭉클했다. 촬영 초에 뵀을 때보다 더 쇠약해지셨더라. 그럼에도 마이크 잡을 땐 강인한 여성상이 나왔다. 이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 관객들에게 어필하시는데 눈물이 터져나왔다. 살아 있는 역사와 영화가 만나는 순간이 감동적이었다. 선생님께서 행복하시는 모습을 보고 작은 숙제를 푼 것 같았다. 외로운 외길에 조금이라도 위로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허스토리’는 묵직한 스토리를 무겁게 다루지만은 않는다. 당당해져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통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런 면에서 민규동 감독은 법정, 성정드라마의 재미도 있다고 소개했다.

“소재 특성상 선입견이 분명히 있다는 것도 안다. ‘아이 캔 스피크’처럼 비밀의 방에 조심스레 초대하는 게 아니라, 우린 이마에 써 붙이고 대놓고 안내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미세하게나마 할머니들의 변화를 통해 밝아지는 방식으로 풀었다. 또 여배우들 중심의 법정 드라마로써, 성장 드라마로써의 재미가 있다. 단순한 반일영화가 아닌 기본 메시지는 반전이었다. 할머니들의 자신들의 고통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외침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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