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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IT여담] 자영업자의 분노, 택시기사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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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시스템 문제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시 화곡역 인근의 오래된 단골식당이 있습니다. TV에도 몇 번 소개된 맛집인 데다 가격도 저렴해 자주 찾는 곳입니다. 어느날 아무 생각없이 들렀다가 매장 아르바이트생이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더군요. 명색이 경제신문 기자라고 오며가며 인사해 친해진 사장님한테 물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참 난리네요" "그렇지요. 아무래도"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다가 한 마디 툭 더 던집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생 월급보다 더 골치아픈게 있어요" "뭔데요?" "월세요. 월세. 갑자기 큰 거 몇 장 더 올려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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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야하는 이유

최근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 사건 기억하시나요? 족발집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새 건물주와 임대료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던 중 건물주를 폭행해 구속된 사건입니다.

새 건물주는 월세를 기존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보증금을 3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만, 아마 많은 자영업자들은 서촌 궁중족발 사건이 남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을 겁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자영업을 하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탁금지법과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인상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며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소비경제 한파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언론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지점이 있어요. 지금 자영업자들에게 '무엇이 큰 부담이냐'고 물으면 최저임금인상이라고 말할까요? 물론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더 심각한 문제는 임대료가 아닐까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전체 자영업자는 약 527만명이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4만명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최저임금이 올라갔는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4.1% 많아졌습니다. 반대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2% 줄어들었어요. 최저임금이 종업원 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통계청 자료만 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IT 플랫폼 영역에서 배달비 이슈가 뜨겁습니다. 그런데 배달비 인상을 최저임금인상과 연결해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인상을 무조건 '악(惡)'으로 설정하고 일종의 트렌드로 굳어가는 배달비 이슈에 물타기하려는 전략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 근무, 배달비 등장 등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요인임은 주지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큰 금액이 오가는 임대료, 월세 문제가 자영업자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있겠습니까.

간단하게 생각해 눈에 보이는 먹잇감을 노리는 것은 오히려 쉽죠. 그 뒤에 숨은 거대하고 견고한 그들만의 인프라를 목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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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코노믹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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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와 카풀도 마찬가지

카풀 서비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택시업계와 카풀 스타트업의 논란도 비슷합니다. 택시기사들은 카풀 서비스가 밥그릇을 빼앗는 외부인이 아니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쉽게 생각해 당장 '카풀 반대'를 외치는 것은 오히려 쉽죠. 그 뒤에 숨은 거대하고 견고한 인프라를 목도해야 합니다.

그 거대하고 견고한 인프라, 카르텔은 택시회사들입니다. 택시기사들에게 주어지는 무리한 사납금, 어쩔 수 없이 승객을 골라태워야 할 정도로 설계된 운행방식이 타깃이 되어야 합니다.

최저임금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영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듯이 카풀 서비스도 당분간은 택시업계와 불협화음을 일으킬 가능성은 큽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보다 건물주의 횡포가 더 근원적이고 거대한 공포인 것처럼, 택시기사들에게 열악한 노동환경과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치명적입니다. 가슴을 열 필요가 있습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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