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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공시가, 시세 80%땐···반포자이 보유세 898만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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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은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정책 수단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약 50~70%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의 기준으로 삼는 게 바로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을 현 시세에 가깝게 올린다면 자연히 부동산 보유자가 내야 할 세금도 많아진다.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공시가격의 공정성 및 객관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공시가격의 낮은 현실화 수준, 가격별ㆍ지역별 불균형 지적을 잘 알고 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공시가격 또는 공정가격을 수정, 세율 인상 등 여러 정책조합이 있다”(김동연 경제부총리),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선택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 등 관계 당국 수장들의 인상 시사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현실화율 몇 %라는 목표치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재산세ㆍ종부세뿐 아니라 재건축부담금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엄청나다”며 “공시가격이 현실화한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국민은행 WM 스타자문단과 함께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송파구 잠실엘스▶성수동 갤러리아포레▶잠실주공5단지▶반포자이 등 서울 주요 아파트 5곳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80%로 올리면 아파트 5곳 모두 보유세가 인상 상한선(보유세 총액을 전년 대비 50%를 초과해 인상하지 못 하게 한 규정)에 이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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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공시가격이 23억400만원(시세 반영률 60%)인 서울 갤러리아포레는 시세 반영률을 80%로 올릴 경우(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85%, 종부세 최고 세율 2.5%포인트 인상), 단순 계산으로는 보유세가 1288만원에서 2350만원으로 82% 늘어난다. 시세 반영률을 70%로 낮게 잡으면 보유세는 1883만원으로 46%만 늘게 된다. 다른 아파트도 비슷하다. 반포자이의 경우 시세 반영률이 80%일 때는 898만원, 70%일 때는 468만원의 추가 보유세 부담이 생긴다. 다만 보유세 상한제 규정에 따라 실제로 보유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전년도의 50%를 초과해 늘어나진 않는다.

종부세 공제액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지는 다주택자의 경우라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원종훈 WM 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공시가격에 시세를 더 반영하게 되면 다주택자들은 가족들에게 증여하거나 ‘똘똘한 한 채’를 뺀 나머지 주택을 매각해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재건축부담금도 큰 폭으로 뛰게 된다. 재건축부담금은 초과이익 X 부과율로 계산되는데, 초과이익을 계산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조합원 주택 공시가격’이다. 공시 가격이 높아지면 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특히 공시가격은 과세 외에 60여개의 행정 목적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너무 조급한 나머지 너무 ‘큰 칼’을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규제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이미 가격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금리가 오르고, 내년에 증가하는 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 압박을 더 받을 수 있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히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강력한 규제를 펼쳐야 할 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증세를 하려면 걷은 돈을 어느 분야에 쓸지도 논의해야 하는데 조세 형평성만 강조해 부자에게 세금을 걷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책효과를 내기 위해선 보유세 같은 ‘채찍’ 대신 거래 비용을 줄이는 식의 ‘당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는 낮춰 2주택 보유자 등이 집을 팔 수 있는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ㆍ하남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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