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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공무원은 비리 발각 전 퇴직하면 연금 삭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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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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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65] 1. 현직 공무원의 비위행위가 드러나면 징계 절차에 회부된다. 징계 절차를 거쳐 공무원이 파면되면 공무원에서 물러나야 한다. 해임과 함께 가장 중한 징계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파면은 직에서 물러나는 것 외에도 퇴직급여의 절반이 감액되는 경제적 불이익이 추가된다. 해임된 경우에 원칙적으로 직을 상실하는 효과에 그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퇴직한 후에는 어떨까? 재직 중에 비위사실이 있었다는 게 드러나더라도 퇴직공무원을 징계 조치할 수는 없다. 징계는 현직 공무원에 대한 제재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무리 재직 중 비위가 중하더라도 징계파면으로 직에서 물러나게 하거나 공무원연금에 대해 감액 조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무원이 퇴직하면 이제 퇴직연금을 계속해서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공무원연금법에 '재직 중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퇴직급여의 절반을 감액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탓이다. 퇴직 후일지라도 재직 중 범죄에 해당하는 비위사실이 드러나 형사 판결에 의해 형이 확정되면, 향후에 지급받을 연금에서 절반이 깎일 뿐만 아니라 이미 지급받은 게 있다면 그 절반을 반환해야 한다.

2. 공무원 생활 마치고 일시에 퇴직금을 받거나 퇴직연금을 받게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났다고 할 일이 아닌가 보다.

요즘 많이 문제가 되는 '직권남용죄'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 급여 제한 사유인 '재직 중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징역형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한다). 공무원이 재직 중에 수사를 받든, 퇴직 후에 재직 중 사유로 수사를 받든 검찰과 경찰의 소환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그간에 공무원들이 현직에서 비리 등 범죄를 저지르고 퇴직급여상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징계를 받기 전에 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징계 절차 진행 중 사직원 수리를 제한하는 규정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퇴직하더라도 '재직 중 범죄에 해당할 정도의 비위 사유'는 계속해서 따라붙는 모양이 돼버렸다.

재직 중 공무원의 비리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하여 형사처벌이라는 책임을 묻는 것에 누구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퇴직 후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연금 삭감이나 이미 받은 돈의 절반까지 환수해가는 것은 가혹하지 않을까? 재직 중에 발생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기만 하면 직무 관련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여기에 해당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 삭감의 대상이 되는 사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하고 삭감 비율도 세분화하여 융통성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 형법상 파렴치범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발생한 비파렴치범 혹은 정책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형벌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 또 그 형벌 수위가 금고형 이상인 경우가 대단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재직 중에 금고형 이상의 비위가 있었다고 해서 퇴직공무원의 연금 중 절반까지 삭감하고 환수 조치까지 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여기에 공무원, 특히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왜 자살 사고가 많이 발생할까라는 의문을 보태보자. 어쨌든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퇴직공무원을 수사하는 과정에 인격적 모멸 역시 있어서는 아니되겠지만 혹여라도 공무원이 '돈'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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