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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모든 순간이 도전과 응전" 아이는 매일매일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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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마냥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혼자 아픈 것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니 대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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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50] 치과에 갔다. 첫째 아이의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한 달 전부터 우린 치과 갈 준비를 했다. 치과와 관련된 그림책을 읽고 매일 이를 닦을 때마다 치과에 가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설명해줬다. 아이에게 "다치지 않도록 몸에 안전벨트를 하고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도 말해줬다. 아이가 움직이면 위험해 결박한 후 치료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차분하고 어른스러워 잘 해낼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됐다.

간호사는 우선 손만 고정시키고 치료를 해본 후 아이가 많이 움직이면 결박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간호사, 치위생사, 의사 등 4명이 달라붙어 치료를 시작했다. 아이는 울음을 온몸으로 참았다. 치료진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뭘 할 건지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다. 다행히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잘 해냈다.

밖에서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마냥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혼자 아픈 것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니 애잔했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던 아이가 스스로 고통을 견디는 모습이 대견했다.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는구나, 뭉클했다.

돌이켜 보면 아이는 늘 기대 이상으로 자라주었다. 열 달을 배 속에서 무탈하게 지내다 세상에 나와주었고, 부족한 모유를 먹고도 남다른 성장을 보여주었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뒤집고 기고 잡고 일어나며 스스로 두 발로 걷기 위한 준비를 했다. 넘어지고 깨지며 온전히 두 발로 걷게 되기까지 일 년이 걸렸는데 아이는 다시 뛸 준비를 했다. 매 순간이 도전이었지만 아이는 늘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엔 해냈다.

'엄마, 아빠'밖에 말할 줄 모르던 아이가 어느새 '소방차, 고구마' 등 세 음절을 말하고, '엄마 첫사랑 있었어요?' '똥이 미끄럼틀 타네'와 같이 완벽하고 시적인 말을 구사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사람들 입을 보고 흉내내고 따라하고 연습하고 되뇌고, 어쩌면 아이는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

복직을 앞두고 10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문 앞에서 숨죽여 울 때,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치고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다. 출근하는 내게 '잘 다녀오세요'라는 말을 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짠했고, 퇴근한 아빠에게 '다녀오셨어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대견했다. '혼자 할 수 있다'며 내 도움을 거부한 채 혼자 옷을 입고 칫솔질을 하는 아이를 보며 놀랍고 두려웠다. 언젠가 방문 쾅 닫고 들어가 엄마와 말도 안 하는 사춘기 소년이 되겠지.

아이는 매일매일 자란다. 커가는 아이 모습을 보면 행복하면서도 아쉽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못 볼 모습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만큼은 다음으로 미루지 말아야겠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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