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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박수찬의 軍] 北 위협 없으면 새 무기 살 필요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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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VS 능력’. 4.27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롤러코스터급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 국방분야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변혁을 요구받고 있다.

세계일보

25일 인천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4진 대원들이 육군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제공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해까지 군 전력증강은 북한 위협만 강조하면 모든 절차가 프리패스였다. 하지만 남북, 북미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무기도입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위협만 바라보고 전력증강을 진행했던 국방부로서는 ‘멘붕’이 일어날 일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국가안보에 필요한 능력을 위주로 군 전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체력과 기술을 갈고 닦은 스포츠팀이 상대의 특성에 맞춰 경기 전술을 적용하는 것처럼 우리 군도 기본적인 능력을 키워 다양한 안보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내부적으로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전력 증강을 통해 군사력을 향상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새롭게 구축한 전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지원수단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안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 확보는 공염불이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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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4진 대원들이 육군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뒤 건물 침투 전술을 선보이고 있다. 육군 제공


◆국가방위에 꼭 필요한 3대 능력은

국가를 지키는데 필요한 기본 능력으로는 워리어 플랫폼이 거론된다.

워리어 플랫폼이라 하면 영화 아이언 맨이나 로보캅에 등장하는 첨단 슈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육군이 추진중인 워리어 플랫폼은 병역자원은 줄어드는데 국지도발이나 대(對)테러전 등 병사가 나서야 할 소규모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시한 대안으로 병사 전투력 향상에 필요한 장비와 무기, 전투복 등을 결합한 현실속의 무기체계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조금씩 보급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이 늦은 셈이다.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은 미군 등 선진국 군대가 적용했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투복, 전투화, 기능성 방한복, 전투용 장갑, 전투우의 등으로 구성되는 전투피복은 상호보완적 기능을 발휘한다. 방탄복, 방탄헬멧, 전투용 안경, 전투조끼, 보호대, 수통, 응급처치킷 등으로 구성되는 전투장비는 생존성과 전투효율성을 높여준다. 개인화기, 야간투시경, 주·야간조준경, 방독면, 피아식별기, 대검, 탄창, 표적지시기, 통신장비 등으로 구성되는 무기류는 성능 개선과 함께 수량도 늘어난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에 적용되는 장비들 중 국산화가 가능한 품목은 국내에서 조달하고, 외국 기술이 더 우수한 품목은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다.

워리어 플랫폼을 사용하면 육군 전투원의 주간 사격능력은 2.5배, 야간사격능력은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육군은 지난 25일 환송식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아크부대 14진 특수전팀에 워리어 플랫폼을 지급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특수전팀이 지급받은 워리어 플랫폼에는 고정된 야간투시경 마운트와 액세서리 장착용 레일, 청력보호 헤드셋 착용이 용이한 방탄헬멧, 적외선을 사용한 피아식별 장비, 경량화된 신형 새로운 폴리머 탄창, 개인 무전기, 활동성이 강화된 방탄복 등이 적용됐다. 육군은 아크부대에서의 워리어 플랫폼 시범운영결과를 토대로 미비점을 보완해 올해 후반기부터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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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현무-2A 탄도미사일이 지난해 7월 5일 강원도 동해안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에서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적의 강점을 피하면서 취약점을 집중 공격하는 비대칭 전력의 핵심인 탄도미사일도 육성해야 할 전력으로 꼽힌다. 국내 여건상 중국, 일본에 맞서 재래식 군비경쟁을 벌이기는 어렵다. 중국은 탄도미사일 요격체계가 미약하고, 일본은 공격무기를 갖추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탄도미사일은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거액을 들여 신무기를 도입하는 대신 기존에 운용중인 무기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된다. 2020년대 전장에서 쓰일 첨단무기들은 전자제품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무기개발과 도입비용 상승을 불러와 군 전력증강을 어렵게 한다.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한 무기체계 상호 연결은 신형 무기 도입보다 적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공군은 지상감시용 조인트 스타즈 정찰기를 대체할 항공기 개발 대신 F-35A와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 기존 무기들을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실시간 연결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낡은 전투방식과 개념 고쳐야 진짜 변화 시작

워리어 플랫폼과 탄도미사일,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이 성공하려면 냉전 시절의 전투방식과 개념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워리어 플랫폼은 신속히 움직이면서 적을 먼저 포착해 최소한의 화력으로 제압하는 시스템이다. 단시간 내 많은 양의 총탄을 발사해 적을 제압하는 기존 보병전투방식은 워리어 플랫폼과 맞지 않다. 화력이 더 강한 보병 무기를 지급하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미군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M-16 계열 소총을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 미군 보병의 전투력은 베트남전쟁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적군보다 먼저 쏘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적의 총탄을 맞아도 사망할 가능성은 낮다. 사용하는 장비들도 튼튼하면서 가볍고 고장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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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4진 대원들이 육군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뒤 건물 내부로 침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우리 군은 어떤가. 20㎜ 공중폭발탄을 사용할 수 있다며 세계최초의 복합소총이라 자랑하던 K-11(무게 6.1㎏)은 지나치게 무거워 휴대성이 떨어진다. 방탄복에 헬멧과 군장을 착용한 병사에게 20㎜ 공중폭발탄까지 추가하면 뛰다가 탈진할 수도 있다. 조준기를 비롯한 K-11 구성품의 야전 신뢰성도 미지수다. 구식이지만 튼튼한 AK-47 소총과 RPG-7 로켓탄으로 무장한 북한군 보병보다 우위에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병사들이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K-1A, K-2를 비롯한 개인화기의 경량화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워리어 플랫폼을 일률적으로 보급하는 것보다는 병사 개개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간투시경이나 레이저표적지시기 등 광학장비를 전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간에도 적을 탐지할 수 있는 광학장비를 병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적군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러시아제, 중국제 야간투시경으로 무장하자 이를 보유하지 못한 아프간 정부군은 야간 작전이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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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병대 장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연합 지휘소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탄도미사일 역시 타격작전에 필요한 표적 정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전쟁지도부를 비롯한 전략 시설들은 북한 지역만 해도 수백개에 달한다. 그 많은 표적들의 움직임을 읽고 탄도미사일 공격작전을 빠른 시간 안에 추진하려면 평상시부터 표적 동향을 주시하면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찰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이 필수다. 우리 군은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와 피스아이 항공통제기 등 정찰전력과 감청장비들을 운용중이며, 2020년대 초반을 목표로 정찰위성 5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북한 전역을 감시하기에는 정찰위성 5기로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 많은 위성을 쏘아올려야 하나 예산 사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려면 군과 민간의 정찰자산 운용을 극대화하는 통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찰전력이 제각각 운용될 경우 효용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운용은 각자 하더라도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융합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따라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상호 연결된 육해공군 정찰자산이 수집한 정보를 한데 묶어 군 수뇌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정보융합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빅 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방대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융합하고 분석하는 능력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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