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동 난민심사센터를 건립과 회원국 내 난민 이동 제한에 합의함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집권 연정 붕괴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난민 문제에 강경 대응 방침을 요구했던 기독교사회당(기사당)이 최종 입장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메르켈 총리는 EU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난민 대응 방침 외에도 그리스와 스페인에 난민 신청을 한 뒤 독일로 이동한 난민들에 대해 해당 나라로 되돌려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신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조건 일부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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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번 난민 문제와 관련된 합의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난민 문제로 여전히 큰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듯 "우리는 길의 끝에 이른 게 아니다"라고 언급해 여지를 남겼다.
당장은 독일 연정이 붕괴하는 일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기사당은 난민 문제에 있어서 보다 강경한 입장이 취해지지 않을 경우 지난 70년간 유지됐던 기독민주당(기민당)과의 연합을 깰 수 있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기사당 일부 의원은 EU 정상회의와 독일과 그리스, 독일과 스페인 사이의 난민 송환에 대한 합의 등이 이뤄지자 환영 입장을 내놨다. 메르켈 총리가 당대표로 있는 기민당 역시 한 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당면한 기민당과 기사당 간의 공조는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독일 연정 붕괴 위기가 종식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기사당 대표를 맡은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아직 EU 정상회의 결과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앞서 독일 연정 붕괴 위기는 제호퍼 장관이 타국에 난민 자격을 신청한 이들이 독일로 들어올 경우 이들을 내쫓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제호퍼 장관이 EU 정상회의 결과물에 대해 자신의 요구가 얼마나 받아들여졌다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연정 붕괴 여부가 결정된다. FT는 이와 관련해 제호퍼 장관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기사당 소속 의원들은 난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독일 국경을 더 튼튼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장관은 다음 달 1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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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은 해상에서 난민을 구조할 경우 EU 내 폐쇄된 시설이 수용한 뒤 난민 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아울러 북아프리카에 난민 수용과 심사를 진행할 수 있는 난민센터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EU 정상들은 난민 신청을 한 곳을 떠나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것을 단속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다분히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고려한 조치라고 FT는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EU는 난민 문제 등에 기존보다 엄격해졌다. EU 정상회의 합의문 채택 서명 등을 거부한 이탈리아의 영향이 다분했다. 이 때문에 2015년 난민 사태 당시 메르켈 총리가 주장했던 국경 개방에서 대폭 후퇴한 상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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