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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학을읽다]'타이어'의 변신, 나무통에서 구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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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안에 단단한 플라스틱을 심어 펑크가 나면 차체를 지탱하게 했던 미쉐린의 런플랫 타이어. 이 타이어도 이젠 구형이 됐습니다. 타이어의 진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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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가장 중요한 운송수단인 자동차에 바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퀴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은 '타이어(Tire)'가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이면서 자동차의 안전과 승차감, 연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타이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타이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바퀴는 기원전 5000년경 통나무를 잘라 만든 원판 형태가 최초입니다. 이후 여러 개의 바퀴 가운데 구멍을 뚫고 고정시킨 축에 끼워 나무 쐐기를 박아 수레를 만들고, 나무에 철판을 덧대 강도를 높였지만 승차감이 나빴습니다.

타이어의 형태를 갖춘 최초의 타이어는 1839년 미국인 찰스 굿이어가 천연고무와 황을 결합해 만든 탄화고무 타이어입니다. 사실 굿이어는 이를 실용화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아들 찰스 굿이어 주니어가 자동차 바퀴 둘레에 고무를 둘러 최초의 고무타이어를 만들고 1855년에 특허를 획득합니다. 그러나 탄화고무로 만든 타이어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딱딱한 나무바퀴와 차이 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스코틀랜드인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입니다. 던롭은 1888년 몸이 약했던 어린 아들이 자전거를 탈 때마다 두통을 호소하자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전거 바퀴에 고무호스를 감아 두꺼운 캔버스지로 감싼 다음 호스에 공기를 불어넣어 승차감을 높인 최초의 공기 주입 타이어를 개발합니다.

던롭은 즉시 특허를 신청하고 '던롭공기타이어회사'를 설립한 뒤 말레이시아에 고무공장도 세우면서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대의 천연고무 생산국이 됩니다. 이후 1895년 프랑스의 자전거 수리공이었던 미쉐린 형제가 바퀴와 일체형이었던 타이어를 교체 가능한 착탈식으로 개발해 이를 자동차용 공기입 타이어로 완성했습니다.

미쉐린 형제는 자신들이 개발한 자동차 타이어를 장착하고 파리-보르도 자동차 경주에 출전해 자동차 공기입 타이어 시대를 본격화합니다. 이어 2년 뒤인 1897년 타이어에 둥근 철심을 넣어 형태를 유지하는 비드 와이어 타이어가 개발됐고, 1905년에는 트레드 타이어가 출현하면서 현재의 일반 타이어가 완성됩니다.

타이어라는 표현은 '당긴다'는 의미의 프랑스어인 'Tire(티레)'가 영국과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Tie(묶다)'와 비슷한 타이어로 발전했다는 설이 있고, 최초에 고무타이어를 발명한 찰스 굿이어가 "자동차 중에서 가장 피로한(Tire) 부분이 바퀴인 것 같다"라고 하면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또 바퀴 둘레에 철판으로 덮어 사용한다고 해서 바퀴가 입은 옷이라는 뜻으로 '어타이어(Attire)'라고 부르다 타이어라고 줄여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쉐린 형제 이후에도 자동차용 타이어는 진화를 거듭합니다. 카본 블랙이라는 혼합물을 섞어 내구성을 증대시켰으며, 1915년에는 타이어에 일종의 뼈대인 '코드'가 사용돼 하중을 견디고 수명도 늘어나게 됩니다. 1931년 포드사가 컨베이어 벨트 조립 라인을 도입해 자동차를 대중화시켰고, 듀퐁사는 합성고무 양산에 성공하면서 타이어 업계는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1949년에는 타이어 속에 튜브가 없는 '튜브레스(tubeless)' 타이어가 개발돼 자동차가 보다 안전해집니다. 1999년 독일의 BMW는 런-플랫(Run flat) 타이어를 상용화합니다.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로 공기가 다 빠진 상태에서도 시속 80㎞로 80㎞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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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차량에 장착돼 테스트 중인 공기를 넣지 않는 비공기입 타이어의 모습. 상용화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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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아예 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비공기입 타이어(Non-pneumatic Tire)'도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트레드, 스포크, 휠로 구성되는 이 타이어는 구조적 형상만으로 차량의 하중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조종성과 마찰력을 차량 하중에 전달하는 트레드가 공기압의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비공기입 타이어는 소재 및 외관, 공정까지 기존 타이어의 모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미래형 타이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2012년 한국타이어도 신소재를 사용한 비공기입 타이어를 개발했는데 제작 공정과 에너지 사용이 절반으로 줄고, 새로운 유니소재로 만들어져 수거나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이 타이어는 친환경 차량인 전기, 수소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용될 전망입니다

기존 타이어와는 모양이 완전히 다른 구형의 타이어도 개발됐습니다. 축구공처럼 완벽한 구형으로 생긴 이 타이어는 기존 타이어와 달리 한 지점에서 어느 방향으로든 360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기부상 방식으로 고정될 이 타이어는 좁은 공간에서도 주차가 쉽고,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90도로 각도를 꺾어 피할 수도 있습니다. 자축과 떨어져 움직임이 완전히 자유로운 이 타이어는 운전자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 주행차 시대에 대단한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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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하나로 구동하는 한국타이어의 볼핀 타이어 시험 장면.[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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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볼핀 타이어(Ball Pin Tire)'를 개발했습니다. 이 타이어는 자이로스코프와 자이로센서가 공 모양의 타이어의 균형을 잡아주고, 3개의 옴니휠 시스템이 360도의 방향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현재 타이어는 목적에 따라 에코 타이어, 런-플랫 타이어, 저소음 타이어, 모터스포츠용 UHP타이어 등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이런 구형의 타이어들이 상용화되고, 사이드월에 LED창이 있어 타이어 공기압 상태나 교체 시기를 확인할 수 있으며, 주변 환경과 날씨에 상관없이 항상 최고의 성능을 유지하는 타이어도 개발될 전망입니다.

자동차의 발달 못지 않게 타이어도 진화해왔습니다. 진화하는 미래형 첨단 타이어를 장착한 자동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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