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무비클릭] 오션스8 | 돈·복수·우정…여성판 ‘오션스’ 스핀오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액션, 범죄/ 게리 로스 감독/ 110분/ 12세 관람가/ 6월 13일 개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반갑다. 이미 한 차례 작별을 고했던 ‘오션스’ 시리즈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반갑고, 이번에는 ‘여자들의 한탕’이라는 점에서 또 반갑다. 2000년대 명작 하이스트 무비 중 하나인 오션스 시리즈는 ‘오션스13’을 마지막으로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명언을 몸소 지켜내듯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런데 최근 ‘여덟’이라는 숫자와 함께 돌아왔다.

‘오션스8’은 오션스 시리즈가 없었다면 기획과 시작이 불가능했을 영화다. 제목부터 오션스의 ‘적자’다. 그러나 뿌리는 같되 구체적인 면모는 다르다. 말 그대로 실을 풀어 다시 짜내는 ‘스핀오프’ 격 영화다. 스핀오프는 원작의 뼈대를 다시 추려 새롭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전작 오션스 시리즈에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분)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 분)이 중심을 잡아준다.

하이스트 무비란 일종의 사기극을 칭하는 장르명이다. 누아르나 갱스터 무비의 배신과 피, 칼과 신음 소리가 난무하는 무시무시한 범죄보다는 좀 덜 폭력적인 범죄를 그린다. 범죄기는 하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 훨씬 가볍고, 육체적이기보다는 지능적이며, 폭력적이기보다는 화려하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하이스트 무비다.

‘오션스8’ 역시 사기극이다. 생각해보면 사기극 주인공이 굳이 남자일 필요는 없다. 사기를 치는 데 필요한 것은 꾀와 전략이지 무력이나 힘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기와 절도의 대상이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귀금속이라면 오히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영화 ‘물랑루즈’의 뮤즈, 마릴린 먼로의 노래 가사처럼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베스트 프렌드’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오션스 시리즈만의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어마어마한 출연진이다. 오션스 전작에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같은 당대 최고 배우들이 등장했듯 ‘오션스8’에도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가 함께 등장한다. 모두 오스카 수상자다. 여기에 리아나, 헬레나 본햄 카터도 가세했다. 명실상부 대중적 매력과 연기력, 영향력을 모두 갖춘 여성 배우 8명이 한꺼번에 등장해 보여주는 앙상블 연기는 단연 시선을 잡아끈다.

무엇보다 ‘오션스8’은 최근 범죄 영화의 관습처럼 굳어버린 심란하게 꼬인 복잡한 시나리오를 거절한다. 하이스트 무비의 재미는 범죄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의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지 서로를 속이며 배신하는 데 있지 않다. ‘오션스8’은 이 같은 단순한 진리를 놓치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오션스8’은 정말이지 깔끔하고 완벽한 상업용 영화이자 킬링타임 영화다. 관객은 살면서 한 번도 계획하거나 실행에 옮기지 못할 어마어마한 사기를 영화라는 안전한 문법을 통해 간접 체험한다. 무릇 사기극의 재미는 일상의 반복성과 지리멸렬함을 잠깐은 잊게 해줄 허황됨과 허구성에 있는 것 아닌가.

돈도, 복수도 완벽하게 이뤄내고 우정까지 지켜내는 8명의 여성들은 세속적인 더러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건강한 영화적 거짓말이다. 때로는 이런 거짓말이 우리 삶의 위안이 돼주기도 한다. 악의 없이 완벽하게 준비된 거짓말은 즐거운 유희니.

매경이코노미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4호 (2018.06.27~07.0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