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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불 꺼진 마천루...여의도 짓누르는 '공실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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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HP가 사무실을 옮긴 이후 계속 비어있었습니다. 사무실이 낡은데다 인근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빌딩들이 많아서인지 선뜻 나서는 새 임차인이 없는 상태입니다”

22일 방문한 여의도의 HP빌딩 2층은 전체가 텅 비어있는 공실이었다. 여의도를 대표하는 대형 오피스 빌딩 중 하나인 이곳의 한 층 마저도 완전히 비어있다는 사실은 여의도 오피스 시장의 현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HP빌딩을 관리하는 부동산자산관리업체 관계자는 “요즘 여의도 일대 오피스는 임차인 구하기 전쟁에 돌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7개 층을 공유오피스 위워크가 임차하며 한시름 놓은 HP빌딩은 이날 돌아본 여의도 오피스 빌딩 중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에 속했다. 여의도에는 HP빌딩보다 훨씬 규모가 크면서 공실 현황도 더욱 심각한 빌딩이 많았다.

여의도에서 극단적으로 공실이 심각한 빌딩 중 하나는 여의도 IFC 빌딩에 있었다. 여의도 IFC빌딩의 오피스 공간은 One IFC, Two IFC, Three IFC 건물 세 곳으로 나뉘어 있다. 이중 가장 공실이 많은 Two IFC의 경우 전체 50층 중 절반인 25층이 비어있었다. 바로 옆의 나머지 One IFC와 Three IFC는 Two IFC와 같은 극히 심각한 공실상황을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5개 층에서 공실이 있기도 했다.

여의도의 찾아온 공실의 공포를 상징하는 건물은 전경련회관도 상황이 좋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전체 50층인 전경련회관은 20층에서 33층까지 14개층을 사용하던 LG CNS와 37층과 38층 2개층을 사용하던 LG화학이 마곡으로 이전하며 전체 17개층이 완전히 비어버렸다. 현재 9층에서 16층까지 8개층을 사용하고 있는 한화건설 역시 5년의 임대차계약이 오는 2019년 종료될 예정이라 전경련회관의 공실 악몽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전경련회관 관리자측 관계자는 “여의도에 완공을 앞둔 대형 오피스 빌딩이 여럿 있어서인지 더 좋은 조건으로 새 건물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다려보자는 대기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기존 빌딩들은 일정기간 무료 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수요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귀띔했다.

여의도역에 인접한 유화증권 빌딩 역시 업계에서는 공실이 심각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20층 규모의 이 건물은 현재 6층~14층, 16층~19층까지 전체 13개층이 공실이다. 건물을 소유한 유화증권이 사용하는 5개층을 제외하면 15층 단 한 층만이 임차인을 확보할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주요 업무지구의 대형 빌딩이 오피스공간을 임대하는 경우 부동산자산관리업체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여의도에서 대형 빌딩의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부동산자산관리업체는 교보리얼코, CBRE코리아, JLL, 메이트플러스, 한화63시티, 글로벌PMC 등이다. 하지만 이들 6개 업체 중 여의도 대형 빌딩의 자산관리 수주를 새롭게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업체는 1곳 뿐이었다. 오피스 빌딩 자산관리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건이 공실 해소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업계에서는 대부분 여의도 빌딩의 신규 임차인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여의도 빌딩 자산관리의 신규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는 대형 자산관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실 여의도 오피스 공실은 전경련회관, IFC, 유화증권빌딩처럼 특정 빌딩들에 몰려서 대거 발생한 공실이 여의도 시장 전체가 침체돼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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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방문한 여의도 HP빌딩의 2층 모습. 이 층에는 입주한 회사가 없어 한 층 전체가 공실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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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위치한 유화증권빌딩 안내판. 전체 20층의 건물 중 13개층이 비어있다. 건물을 소유한 유화증권이 사용하는 층을 제외하면 임차인을 구한 곳은 1층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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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김정웅 기자(cogit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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