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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3金 시대' 이제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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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총리, 지난 23일 별세

한국 정치의 상징, 사실상 종언

신군부 의한 부정축재자 낙인

자민련 창당·충청 맹주 등극 등

명암 교차하던 정치인 삶 지내

충청일보

23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빈소가 마련된 현대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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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한국 현대 정치사를 이끌어온 주역의 한 사람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전 8시15분 별세함으로써 한국 정치를 상징하는 3김 시대는 사실상 종언(終焉)을 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5ㆍ16 군사 쿠데타, 한일 국교 정상화, 9선의 국회의원, 두 차례의 국무총리, 신 군부에 의한 권력형 부정축재자 낙인, 자민련 창당, 3김 시대 등 고인의 삶은 말 그대로 명암이 교차했다. 고인은 가히 한국 현대사를 풍미했다고 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고인의 별세로 이제 공식적으로 '3김 시대'가 종언을 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3김 시대는 김영삼ㆍ김대중ㆍ김종필 등 김씨 성의 정치인 3인이 지역ㆍ이념을 근거로 형성된 한국 정치 세력 3개 분파를 이끌며 정국 흐름을 주도해온 시대를 말한다.

1970년대 초반 김영삼ㆍ김대중이 신민당 대선 후보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민주화 투사이자 정계 거물로 등장하고 김종필이 당시 집권자인 박정희에 이어 정권의 2인자, 잠재적 후계자로 인식되면서 3김 시대의 기본 틀이 마련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10ㆍ26 사건으로 서거한 이후 맞이한 1980년 '서울의 봄'은 3김 시대를 열어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그 해 5월 내려진 5ㆍ17 비상계엄확대조치로 인해 막을 내렸다.

김대중은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해 사형을 선고 받았고 김영삼은 가택연금됐으며 옛 공화당 총재를 맡아 정치권의 한 축을 형성한 김종필은 권력형 부정축재자라는 낙인을 찍어 강제로 재산 헌납과 정계 은퇴 후 미국으로 사실상 추방됐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신군부 정권의 항복과 같은 6ㆍ29 선언과 이어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직선제가 마련되자 3김은 천하 3분 시대를 열었다.

김종필은 미국에서 돌아와 옛 공화당계와 유정회계 인사를 중심으로 신민주공화담을 창당, 정계에 복귀했고 김영삼은 부산ㆍ경남과 경북을 아우르는 영남을 근거로 한 통일민주당을, 김대중은 호남을 배후로 한 평화민주당을 각각 창당해 총재가 됐다.

야권의 분열과 후보 단일화 실패로 신군부 핵심 인물의 하나인 노태우가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3김의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노태우의 당선으로 사실상 군부 정권이 연장됐으나 여소야대 의회 구도를 개편하기 위해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해 민주자유당(민자당)이라는 거대여당을 만들어 냈다.

정치권을 인위적으로 바꿔 놓은 3당 합당에 당시 김종필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인 내각제 도입을 약속 받고 참여했다.

3당 합당을 추동력 삼아 김영삼이 1992년 14대 대선에서 당선됐으나 내각제 약속은 휴지쪽이 됐다.

내각제 추진을 놓고 김영삼과 충돌한 김종필은 1995년 민자당을 탈당하고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첫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해 지역 분할 구도를 뚜렷하게 구체화시키는 동시에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자민련 총재인 김종필은 1997년 15대 대선에서 또 다시 내각제 도입 약속을 받고 김대중과 손잡아 이른바 DJP 연합을 형성해 김대중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김대중 정부의 국무총리가 됐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 대북 정책 등에서 이견이 심해 총리직에서 사퇴하고 DJP 연합은 해체됐다.

김종필은 2004년 노무현 탄핵에 동의해 탄핵 역풍을 맞아 그해 17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교섭단체 구성도 못 하고 그 자신의 10선 도전도 실패해 총재직을 사퇴, 사실상 정치 인생이 막을 내렸다.

이후 김대중 서거, 김영삼 서거에 이어 3김의 마지막 인물인 김종필 마저 별세함으로써 3김 시대는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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