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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산업화 기여” “민주화 후퇴” 굴곡진 현대사 중심에 섰던 풍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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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 평가 엇갈리는 JP

문희상 “DJP 연합 완성해

정치인으로서 민주화 초석”

일각 “YSㆍDJ 사이 오가며

지역감정 이용해 존재감 발휘”

“시대의 선택에 충실했던 인물

현대사 전체 맥락서 바라봐야”
한국일보

김종필 전 국무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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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세상을 떠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파란만장한 삶만큼이나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대와 가치 등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과오가 더 부각되기도 하고, 조문 기간임에도 “독재권력의 2인자를 애도하지 말라”는 거친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한 개인으로 그를 평가하기보다는 굴곡진 현대 정치사의 큰 흐름 속에 그를 올려놓고 공과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선 산업화에 기여한 측면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정권 2인자로서 독일 광부 파견과 월남전 파병 등을 결정하고, 경제개발계획을 주도하는 등 산업화에 앞장섰다. 김 전 총리가 2015년 미리 써놓은 묘비명에서 “한 점 허물없는 생각(思無邪)을 평생 삶의 지표로 삼았으며, 나라 다스림 그 마음의 뿌리를 ‘무항산이면 무항심(無恒産而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에 박고 몸바쳤다”고 한 부분도 그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창설한 중앙정보부가 인권 탄압과 공작 정치 등으로 민주주의를 후퇴 시킨 것 역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1965년 6월 체결한 한일협정은 50년 넘게 흘렀지만 지금도 한일관계의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박정희 대통령과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가 결국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민주주의 측면에서 보면 인색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측근들은 그가 산업화뿐만 아니라 민주화에도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크게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가 김영삼(YS)ㆍ김대중(DJ) 식의 재야 투쟁을 하지는 않았지만, DJP 연합을 통해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가능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유력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총리는 DJP연합을 완성해 혁명가가 아닌 현실 정치인으로서 민주화 과정에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없었다면 김영삼ㆍ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기 힘들었을 것이고, 이들이 이룬 업적이 결과적으로 가능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가 YSㆍDJ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과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지역감정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정치적 평가를 퇴색시키는 요인이다.

이처럼 굴곡진 현대사, 특히 산업화ㆍ민주화 시기를 모두 거쳐온 그의 풍운아적 정치 이력을 단순히 이분법적 논리로 가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인물 개인에 대한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가 살아왔던 우리의 현대 정치사 전체 맥락에서 이해를 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정치 역정 가운데 특정 기간만 떼어내 평가를 끝내서는 안 되고, 특히 스스로 보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민주세력의 집권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인의 표현처럼 시대의 선택에 충실했던 분”이라며 “정치인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따라간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날 김 전 총리 빈소에서 “한국 현대사에서 영욕을 겪으면서도 당신이 해야 될 몫을 당당히 해주신 데 늘 감사 드리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학자들의 평가와 맥을 같이 한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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