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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행 판도라] 반려견을 반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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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반려(伴侶)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가구 수로 따지면 574만가구, 반려동물 수는 반려견이 632만마리, 반려묘가 243만마리 등 총 874만마리라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밝혔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규모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4년 1조5684억원, 지난해 2조3222억원에서 2027년에는 6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을 예견했다.

이 같은 추세는 경제 불안에 따른 양육 부담과 함께 불임과 난임 등이 가져온 새로운 트렌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아이를 원하지 않는 미혼 남녀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출산율 역시 2000년 이후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가 없는 맞벌이나 외벌이 부부를 일컫는 딩크족, 싱크족에 이어 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딩펫족 등의 신조어까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가히 반려동물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요즘 상반된 정책을 내놓으며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 있다. 먼저 산림청. 그동안 전국 40개 국립자연휴양림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입장을 전면 금지해왔다. 하지만 올여름 휴가철부터 일부 휴양림에 한해 반려견과 동반 입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이 반려동물과 함께하지 못해 불편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개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지역적 수요와 입지여건을 고려해 경기 양평군 산음자연휴양림(두메지구)과 경북 영양군 검마산자연휴양림 등 두 곳을 반려동물 동반 입장 휴양림으로 선정했다. 산음자연휴양림 두메지구는 일반 휴양객과 이용공간을 분리해 이용객의 편의를 수렴했고, 검마산자연휴양림은 산림문화휴양관 1동으로 구성한 소규모 휴양림 전체를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해 이른바 펫가족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반면 반려동물을 반려(返戾)한 곳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다. 제주도는 각 해수욕장별로 운영하던 반려동물 출입규정을 일원화한다고 밝히고, 제주지역 11개 지정 해수욕장에서 개장 기간 동안 반려동물의 입수를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반려동물의 바다 입수와 관련한 민원이 잦았다는 게 이번 조치의 이유다. 이에 따라 해수욕장 내 반려동물 출입은 허가하지만 입수는 할 수 없고, 출입 시에도 목줄, 배변봉투, 입마개 등 장비를 꼭 갖춰야 한다.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 함께 머무는 것을 허가한 쪽과 반려동물 때문에 불편해 바다 입수를 금지하겠다는 쪽.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사회적 흐름과 그에 따른 정서를 제대로 반영한 곳이 어디일지 휴가철 이후가 궁금해진다. "바다를 인간이 더럽히지 개가 더럽히나. 자연을 인간이 독점해도 된다고 누가 그랬나." 제주에 거주하는 한 작가가 SNS에 올린 글이다. 진정한 더불어 사는 삶은 누구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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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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