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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참다 안되면 몽니 부리겠다"…"노병은 조용히 사라지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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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필 전 총리 별세 ◆

매일경제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치적 국면마다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하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1963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협상 당시 비밀협상이란 비판이 나오자,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말로 정면 돌파했다.

'일본에 독도 폭파를 제안했다'는 발언은 더 유명해, 이후 수시로 해명해야 했다. 항상 '2인자'의 위치에 있었던 만큼 자신의 미묘하고 위태한 처지를 재치 있는 말로 풀어냈다. 1963년 공화당 창당 과정에서 반대파의 공격을 받고 물러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사성어 수준으로 굳어진 말이다.

그는 옛 사전에나 있는 말을 되살려내 유행어로 만들기도 했다. 1998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에게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라며 "참다가 안 되면 몽니를 부리겠다"고 경고했는데 '몽니'는 그 뒤 일상용어가 됐다. 오랜 정치 연륜에서 비롯된 은유적 화법도 그의 특기다. 2001년 초에는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그를 두고 '서산에 지는 해'라고 발언하자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사람이지 떠오르는 사람이냐. 다만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라며 여유 있게 응수했다. 2004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는 "노병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43년간 정계에 몸담으면서 나름대로 재가 됐다"고 스스로를 평했다.

2011년,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기업인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과실이 생기면 국민에게 드리는 것"이라고 한 말도 많이 회자됐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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