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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현대百·오뚜기…금리인상기 `현금왕`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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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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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가 10년 만에 2%대에 진입하고 시중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현금 부자' 기업들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현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은 재무 부담이 높아지는 반면 현금이 두둑한 기업은 자본 확충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본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당장은 부채 비율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신용 경색 가능성을 생각하면 현금성자산이 많은 기업들만 높은 금리에 안정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며 "배당금까지 염두에 두면 현금성자산 규모가 투자 시 중요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매일경제와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상장사 184곳 실적을 분석한 결과 43개 기업이 부채 비율이 100% 미만이면서도 지난해 1분기에 비해 현금성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19곳이 올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예상치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이 19개 기업은 괜찮은 작년 실적 덕분에 보유 현금이 늘어났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이익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두 달 새 주가가 20% 이상 오른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분기 420억원에 불과하던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올 1분기 1292억원으로 2배 늘었다. 부채 비율은 47%로 동종 업계인 롯데쇼핑(108%)이나 신세계(111%)에 비해 낮다. 실적 개선폭이 크고 면세점 사업 등 호재가 많아 유통주 중에서 '최선호주'로 꼽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 1분기에는 일회성 비용인 부가세 환급금 때문에 전년 대비 이익이 줄었지만 올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40억원으로 전년보다 7% 늘어날 전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1월 강남에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개점하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회복되면 주가 모멘텀이 더 커질 것"이라며 "무역센터점 면세점에서 올해 500억원 수준, 내년엔 6000억원 수준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현대백화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7.2% 오른 74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4월 9만원대였던 주가는 22일 11만1000원 선까지 올라왔다.

최근 들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의류업체 F&F, 한섬도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늘었다. MLB 브랜드를 보유한 F&F는 지난 1분기 29억원이던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올 1분기 66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 비율도 25%에 불과하다. 여기에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지난 3월 4만원이던 주가가 21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며 8만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LF를 제외하고는 의류업체 중에서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주가순이익비율(PER)이 8배로 가장 낮아 저평가 매력도 충분하다.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2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증권가는 지난해 650원인 주당배당금이 올해 670원으로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섬 역시 탄탄한 현금력과 실적 전망을 토대로 가파른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3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22일 52주 신고가를 쓰며 4만3450원까지 올라왔다. 한섬이 가지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분기 126억원에서 올해 155억원으로 22%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28%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적자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자회사를 구조조정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좋아진 덕분이다.

오뚜기와 빙그레 같은 제과주도 현금성자산 증가폭이 컸다. 오뚜기는 올해 1분기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2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었다. 올해 굴진짬뽕, 진짜쫄면 등 신제품이 출시돼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 늘어난 45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의 현금성자산은 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었다. 올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자본지출(Capex)이 필요 없어 현금 축적 속도가 빠른 게임주들도 현금 안정성을 우선시한다면 담아야 할 종목이다. 엔씨소프트의 올 1분기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82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 늘었다. 증권가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600억원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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