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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동해의 수중장벽이 독특한 ‘붉은 우럭’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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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생태뉴스룸

지름 100∼200㎞ 소용돌이와 용승류가 고립시켜

거대암초 ‘왕돌초’ 개체도 독특…자원보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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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볼락(열기)은 붉고 흰 몸 빛깔이 아름다운 바닷물고기다. 맛이 좋은 데다 겨울철 남해에서 줄줄이 낚이는 손맛으로 인기가 높은 물고기이기도 하다. 암초에 정착해 이동성이 거의 없는 어류이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도 같은 종이 널리 분포한다. 독특한 번식방법 덕분이다. 난태생이어서 어미의 뱃속에서 깨어나 3∼5일 지나 밖으로 나오는데, 새끼는 바다를 떠도는 괭생이모자반 등 해조류 아래 머물며 70일쯤 함께 떠다니다 암초에 정착한다.

그런데 동해안 울진에서 25㎞ 떨어진 수중 암초인 왕돌초와 독도에는 다른 불볼락과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집단이 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진구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교수와 유효재 박사과정생은 과학저널 ‘생태와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서해 어청도, 남해 추자도와 욕지도, 동해 속초에서 채집한 불볼락이 유전적으로 동일했지만, 독도의 것은 독특했고 왕돌초 개체는 둘의 중간 형질을 보였다고 밝혔다. 독도와 왕돌초의 불볼락은 다른 집단과 격리돼 독창적인 진화의 길을 걷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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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하나의 물 덩어리고 조류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독도의 물고기만 고립된 걸까. 김 교수는 “동해의 거대한 소용돌이와 용승류가 일종의 장벽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울릉도 남쪽에는 지름 100∼200㎞의 난수성 소용돌이와 그 남동쪽엔 독도 냉수성 소용돌이가 생긴다. 복잡한 해저지형으로 차고 염도가 높은 물이 표면으로 솟아오르기도 한다. 김 교수는 “소용돌이 같은 표층수의 해류 변화는 어린 불볼락이 스스로 헤엄쳐 이동할 수 없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불볼락은 5㎝쯤 자라면 떠다니는 해조류에서 벗어나 암초에 정착하는데, 거의 이동하지 않아 초기 유생 시기의 확산이 집단구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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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해산, 암초, 해저분지로 이뤄진 지형에 북한한류와 동한난류가 부닥쳐 작은 소용돌이와 강한 용승류를 일으키는 왕돌초 일대도 비슷하다. 흥미롭게도 왕돌초 동쪽 사면엔 독도와 비슷한, 서쪽엔 동해안과 유사한 불볼락이 산다. 남북으로 길고 서쪽의 경사가 급해 암초 자체가 장벽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독도의 불볼락이 유전적으로 독특하게 진화했지만 생식이 불가능한 전혀 다른 종으로 갈라진 건 아니”라며 “왕돌초와 독도의 불볼락이 독특한 유전자형을 지닌 것으로 밝혀진 만큼 자원보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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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교수 등은 서해와 동해의 까나리(동해에선 이를 양미리라 부름)가 낙동강의 담수와 난류 때문에 서로 단절돼 유전적으로 구별된다는 연구결과를 2015년 발표한 바 있다. 까나리는 저염수에 약하고 찬 물을 좋아하는데, 낙동강 하구와 대한해협 부근에서 담수와 난류가 일종의 장벽 구실을 해 두 집단이 고립돼 다른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yo Jae Yu, Jin-Koo Kim, Upwelling and eddies affect connectivity among local populations of the goldeye rockfish, Sebastes thompsoni (Pisces, Scorpaenoidei), Ecology and Evolution. 2018;8:4387?4402., DOI: 10.1002/ece3.3993

Jin-Koo Kim et al, Restricted separation of the spawning areas of the two lineages of sand lance, Ammodytes personatus, in the Yellow and East Seas and taxonomic implications, Biochemical Systematics and Ecology, http://dx.doi.org/10.1016/j.bse.2015.06.03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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