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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3년만에 상봉 기쁘지만 인원 100명뿐이라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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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성사에 이산가족 반응

3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저녁 이산가족들의 얼굴엔 기대감보다 짙은 실망감이 묻어났다. 남북 경색 기간과 비교하면 충분히 희망적이라는 반응 속에 양국 평화 무드로 대규모 상봉, 상봉 정례화를 기대했던 일부 이산가족들은 570명 중 한 명꼴로만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신청을 포기했다.

22일 남북 공동보도문을 통해 오는 8월 1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다는 소식에 이산가족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희망을 가졌던 이들은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불안감에 시달린 바 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이산가족은 "남북 관계가 경색된 탓에 가족을 찾을 기회가 다신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와 비교하면 희망적"이라며 "양국 정상이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라고 생각했기에 상봉 정례화까지도 기대하긴 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오는 8월 1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 상봉 행사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상봉 인원은 남북 각각 100명씩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방촌의 박달운 씨(92)는 남북 적십자회담 결과 발표에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박씨는 결혼 1년도 채 안돼 아내를 평안남도에 두고 22세에 남하해 70여 년간 남북이 진행하는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모든 정신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박씨는 더 이상 큰 꿈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인원이 각각 10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씁쓸해했다. 박씨는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이젠 고향에도 살아 있을 가족이 없을 것"이라며 "이미 2000년에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어떤 답도 받지 못한 상황이라 이번에는 신청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남북이 점점 화합해 통일이 되면 고향인 평안남도 남포에는 꼭 한 번 갔다가 떠나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경재 이산가족협회장(87)은 회담 결과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지난달 말 기준 통일부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 5만7000여 명 중 고작 100명이 일시적으로 이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 이산가족이 가장 원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북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 여부"라며 "죽었으면 죽었다고 알리고 살아 있다면 주소와 연락할 방법 등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에 큰 기대를 걸지 않으려고 한다는 김 회장은 "어제(21일) 통일부에서 새로 연락이 와 이산가족 상봉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이북에 살 적에 주소를 기억나는 대로 쓰라고 했다"고 했다.

기존에 진행됐던 이산가족 상봉 인원 선발 기준은 일단 고령자 직계가족 상봉에 우선순위를 둔다. 통상 상봉 인원의 5~6배수를 뽑은 후 이미 사망했거나 고령으로 상봉을 포기한 이산가족들을 제외한다.

[이용건 기자 / 수습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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