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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경영승계 3社, 상속세 정공법 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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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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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그룹, 나이스그룹, LG그룹이 최근 주가 부진에 이어 갑작스러운 최대주주 사망으로 리더십 공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나이스그룹은 창업주인 김광수 전 회장의 아들인 김원우 씨가 25세에 불과해 1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매각보다는 승계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29일엔 LG그룹 후계자인 구광모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의 지분 승계 시나리오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날 LG 이사회에 합류하는 구 상무에 대해 회장 또는 부회장 직함이 부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월 말 세상을 뜬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더라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상속세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3월 기준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11.28%로, 현재 시가총액 기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과세율이 50% 적용되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20% 할증률까지 반영해야 한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한다고 가정하면 1조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주가가 하락세였다는 것이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동안 전형적인 경영권 승계 방식은 후계자들의 개인회사를 만들어준 후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었다.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합병 비율 논란 등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많은 데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성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이우현 OCI 대표이사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OCI 주식 26만주를 매각해 400억원가량 자금을 확보했다. 지분율은 6.12%에서 5.04%로 1.08%포인트 줄었다. 1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중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최근 상속과 관련해 관심이 쏠렸던 또 다른 기업은 나이스그룹이다.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결국 지난 18일 김 전 회장의 지분은 장남 김원우 씨와 딸 김수아 씨, 아내 최정옥 씨에게 각각 상속됐다. 김원우 씨가 지분 24.61%를 물려받아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상속세 납부는 오는 9월 30일까지 이뤄져야 한다. 김 전 회장의 지분 상속세는 약 1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나이스그룹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한 에스투비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김원우 씨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스투비네트워크는 나이스홀딩스의 지분을 18.09% 보유한 2대 주주다. 에스투비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자신들이 보유한 나이스홀딩스 지분 685만여 주 가운데 120만여 주를 대신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형태로 자금을 확보했다. 계약일 기준 나이스홀딩스의 종가는 2만원으로, 대출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약 96억원에서 144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나이스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을 통한 상속세 마련은 없다"고 선을 그어둔 상태다.

LG그룹의 구 상무 역시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구 상무의 보유 자산은 LG지분 외에 비상장주식인 범한판토스 지분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8000억원 수준인 LG 지분을 담보로 잡으면 6000억원가량 대출을 할 수 있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거론된다. 한편 제3방안으로 사모펀드에 잠시 지분을 파킹하는 방식도 있다. 2014년 요진건설산업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타계한 뒤 LK투자파트너스가 2015년 6월 이 회사 지분 45%를 550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진호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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