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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당도 반대하는 보편요금제…국회 논의 진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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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영 침해 논란 등 여전…여당 내에서도 "정부 개입 과도" 지적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월 2만 원대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개정안이 22일 국회에 제출된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대표 민생공약이었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보편요금제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기업의 자율경영과 시장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G 상용화를 앞둔 이동통신3사의 투자 여력 저하와 보편요금제보다 앞서 출시돼 훨씬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알뜰폰(MVNO) 업계의 존폐위기 문제도 달려있어,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 月 2만 원에 음성 200분·데이터 1GB 보편요금제 22일 국회 제출…통과시 SKT 의무 출시

보편요금제는 월 2만 원대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가운데 하나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6000만 명을 넘어섰고 공공적인 서비스인 만큼 보편요금제를 법제화해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목표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확정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내년부터 보편 요금제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을 의무적으로 출시해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경쟁사들도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보편요금제에 동참할 것이라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판단이다.

또 저가요금제 가격이 내려가면 고가요금제까지 단계적으로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통신사 간 경쟁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보편요금제의 도입 취지를 주장해왔다.

◇ "알뜰폰 등 경쟁 활성화 정책 우선돼야" 여당 내에서도 "정부 과도한 개입"

그러나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고 가격까지 통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보편요금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던 야당 외에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보편요금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어르신 통신비 최대 1만1000원 감면까지 세 가지 통신비 인하 대책이 현실화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보편요금제는 통신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보다 4~5배 더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선택약정요금제의 경우 기존 20%에서 25%로 고객 혜택이 확대돼 월 5만 원대 요금제 기준 고객의 경우 할인율이 2500원 수준에 그치지만, 보편요금제 도입 시, 월 4만 원 요금제가 2만 원 초반대로 내려가는 것인 만큼 이통사의 손실이 천문학적 규모로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LG유플러스를 필두로,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된 데 이어 KT도 그 대열에 합류하며 자발적 요금제 개편에 나선 이통사들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이통사들이 최근 내놓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해외 로밍요금 인하 요금제'에 오히려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일주일 만에 16만 명이 가입했다.

또 알뜰폰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해지는 등 중장기적으로 시장과 통신 소비자의 권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면 서비스와 인프라가 갖춰진 이동통신사를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반값 통신비'라는 공약을 내걸고 2012년 출범했지만, 정부의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요금감면, 보편요금제 출시 등 지속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이 저가 요금제를 기반으로 대형 이동통신사와 경쟁하는 알뜰폰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앞두고 도매대가 산정 문제도 산적해 있어 '폭풍 전 고요'인 상태"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여당 내에서도 보편요금제 도입은 신중해야한다고 당부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알뜰폰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김성수, 고용진 민주당 의원과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모두 "경쟁 활성화를 통한 정책이 건강한 통신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자칫 직접적인 가격 개입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 방향은 어디까지나 시장 경쟁 활성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거나 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도 "정부가 기본료 폐지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보편요금제지만 통신업계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잘한 건지는 논란이 있다"면서 "보편요금제를 통한 출혈경쟁이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낼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도 "그동안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이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단타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느낌"이라면서 "통신 시장은 정보통신 전체 산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장이며, 5G 혁신 등 긴 안목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업계 반발에도 정부 "보편요금제 도입" 입장 첨예한 채 공은 국회로

그럼에도 정부는 연내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통사들이 요금을 인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 같은 요금제들은 보편요금제 도입과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민 생활에서 통신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필수재적 성격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면서 "그간 통신사들의 경쟁이 고가요금제에만 치중되어 상대적으로 저가요금제의 혜택은 늘지 않는 등 시장경쟁이 제한적이고 가격 왜곡·이용자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추진하고 있어 이통사들이 요금제 개편을 진행하는 것이지, 보편요금제가 정책화되지 않으면 이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시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와 이통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보편요금제를 논의해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는 만큼 연내에 국회에 관련 개정안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2017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해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으며 통신시장의 경쟁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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