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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뉴스+] 당진 라돈 매트리스 야적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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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충남 당진시 송악면 고대리 주민들이 라돈 매트리스가 야적된 고철집하장 진입도로에 천막을 치고 닷새째 농성 중이다.


“화력발전소와 제철소에서 날아드는 미세먼지로 아파트 창문도 못 열고 사는 동네에 라돈침대까지 옮겨와 해체하겠다는 발상을 도대체 누가 했단 말인가요?”

21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라돈침대 매트리스 야적장’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주민들은 ‘정부가 당진시민의 건강권을 짓밟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6일 이곳으로 전국에서 수거한 라돈검출 매트리스 1만 6000여개를 옮겨온 이후 시작된 주민 농성은 닷새째다. 고대리 마을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반발과 항의는 송악면에서 당진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진지역 시민단체, 이장단협의회, 고대리 마을 주민들은 주민대책위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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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당진공장 후문 건너편 고철집하장 야적장에 쌓여 있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주민들은 라돈 매트리스 야적장 주변에 ‘사람 죽이는 라돈침대 반입 결사반대’ ‘주민 몰래 들여놓은 생명 위협하는 방사능 라돈침대 즉시 반출하라’ ‘방사능 라돈침대 즉시 반출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 당국이 주민들 몰래 라돈 침대를 들여 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한마디 설명도 없이 라돈침대를 옮겨 왔다는 것은 당진 사람들을 무시하고 욕보인 거쥬.” 5일 동안 계속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마을 주민의 말이다.

학부모들의 반발은 더 심각하다. 라돈 매트리스가 야적된 곳에서 2.6㎞가량 떨어진 상록초등학교 학부모회장 배정화(52)씨는 자모들과 매일 야적된 매트리스 관리상태를 확인하며 라돈이 바닷바람을 타고 학교로 날아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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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들이 라돈침대 매트리스의 방사능 검출과 오염도를 측정하고 있다.


당진녹색어머니회 회장을 맡은 배씨는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 피해에다 수많은 고압 송전탑으로 가뜩이나 아이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는 지역에 라돈 침대까지 들여왔으니 분통이 안 터질 리 없다”며 “당장 매트리스를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저희의 반발을 님비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화력발전소, 제철소 굴뚝, 초고압 송전탑이 있는 이곳 환경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민감하다는 일부 국민의 시각이 너무 서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민들이 매트리스가 야적된 고철집하장 입구도로를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야적된 매트리스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는지를 장비를 동원해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결과치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야적된 매트리스를 비닐로 덮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라돈이 유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차원이다. 21일 5명의 원자력 관련 전문가가 매트리스가 야적된 현장에서 작업공간에 대한 선량률 측정(방사능 오염도 측정)결과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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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를 비닐로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 상주하고 있는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대진침대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기체다. 실내에 방사성 기체가 쌓일 경우에는 인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지만, 야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며 “야적된 매트리스에 검출되는 라돈 수치는 자연상태 수준이어서 방사성 물질 오염피해는 걱정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라돈침대에 대한 불안감보다 정부의 안일하고 폐쇄적인 업무방식이 주민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한 처리’ 주문을 정부가 빨리 없애는 것으로만 받아들여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의 불통이 당진시민들의 울화통을 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총리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9일 현장을 다녀간 가운데 정부는 26일까지 라돈 매트리스 처리절차와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진주민들은 26일까지 야적된 매트리스를 옮겨가지 않을 경우 27일 청와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글·사진 당진=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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