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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자본시장 속으로] 블록체인 활용한 지적재산권거래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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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이투데이

몇 년 전 일이다. 모 중소기업의 대표가 찾아와 중국 상장기업의 특허침해건에 대해 물었다. 중국 여행 중에 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현지 상장사의 상품에 자기 회사 특허가 무단으로 사용된 것을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회사 측에 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은 황당했다. 해당 특허는 자신들이 갖고 있으니 소송할 테면 하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중국에서 특허를 내지 않아 보호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의 일이 떠오른 것은 최근 블록체인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만약 한·중 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거래소를 만들면 이런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되면 한·중 양국 중소기업들이 보유 중인 특허 등 지식재산권 가치도 공인된 거래소를 통한 국제 거래로 한층 높일 수 있다.

또 모든 지재권 상품은 블록체인에서 상품화·자산화돼 등록·거래될 것이며, 창조자가 등록하는 순간 권리 설정은 물론 담보·보호가 이뤄지도록 권리증서가 발급된다. 특히 바로 상품과 자산이 즉시 발행되고 거래되며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거래를 통해 가치가 올라가고 필요한 지식 자산을 쉽게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기술은 중국 내에서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최근 이미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스톡포토 플랫폼’을 출시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미지들을 추적해 저장된 저작물과 비교함으로써 지식재산권 침해 의혹을 입증하는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을 사용해 영구적인 저작권 인증서를 발급하는 블록카이(Blockai)도 한 예다. 사용자의 인증서가 일단 업로드되면 라이언트 작업의 온라인 사용을 추적하고 허가되지 않은 사용이 있으면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지재권 거래소가 실현된다면, 특히 한국 기업에 긍정적 효과가 많을 것으로 본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제품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으려면 현지에서 상표권, 특허, 산업재산권, 저작권 등을 미리 등록하거나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 절차나 관련 법규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지재권을 등록하고 취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기 제품이 이미 불법 복제됐거나 특허가 침해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특히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식재산권의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주효한 용도가 자체 자본 기능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이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동시에 주된 교역국인 만큼 지재권 보호가 절실하다. 문화산업의 경우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2.43%에 불과하다. 중국은 책 1권을 수출하고 10권을 수입하는 나라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그에 따른 저작권 분쟁 사례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터넷만 봐도 알 수 있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저작물의 복제화 보급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지식재산권 침해, 빈번한 분쟁, 관리상 취약한 보호, 증거 제공의 어려움, 높은 수준의 권리 보호 비용 등이 콘텐츠 산업에 심각한 어려움이 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지재권 분야에 도입한다면 여러 상황이 바뀔 것으로 본다. 현재 중국의 저작권 응용 프로그램 누적 건수는 800만 건을 돌파해 연평균 18.7 %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저작권 보호를 신청하지 않은 콘텐츠 제작자가 여전히 많다.

이런 현상은 콘텐츠 창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고 지식재산권 거래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투데이/유충현 기자(lamuziq@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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