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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미ㆍ중 무역전쟁속 김정은 ‘타이밍 외교’…북도 중도 대미 카드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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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 소식을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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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이 미ㆍ중 무역전쟁과 겹치면서 김정은식 타이밍 외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G2의 무역 전면전을 의식했건 의식하지 않았건 김정은의 19∼20일 방중으로 미국은 무역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대미 보복수단으로 북한 카드를 구사할 가능성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 CNBC 방송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등에 대응해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국채매각, 위안화 절하뿐 아니라 대북 제재 완화 같은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미ㆍ중 무역갈등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더 밀착하면서 두 강대국을 이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외부 세계에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 채널이 부족한 북한은 그간 시점으로 메시지를 대신 전달했다. 굳이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춰 미사일을 쏴댔던 ‘타이밍 도발’이 대표적이다. 2006년 대포동2호 시험 발사, 2009년 노동미사일 등 시험 발사, 2016년 화성-12형 미사일 시험 발사 모두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췄다. 김정은이 이번에 중국을 찾은 게 미·중 무역전쟁 때문은 아니지만 미·중 갈등까지 계산에 넣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ㆍ중간 통상 전면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김정은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면서 북한과 중국 모두 보이지 않는 지렛대를 얻었다. 중국 입장에선 ‘성동격서’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무역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북한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는 식이다. 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은 “미ㆍ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으로선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았는데 향후 북한에 제재를 풀어주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우리로서는 (비핵화 최우선 원칙이 희석된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역시 트럼프 정부를 향해 ‘북ㆍ중 경제협력 카드’를 살짝살짝 비추면서 양보를 요구할 여지를 만들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농업과학원에 간 것은 식량 문제나 민생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차원”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도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취하라는중국과 북한의 입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20일 오전 박봉주 내각 총리 등 수행원단을 이끌고 베이징의 중국 농업과학원을 시찰했다. 북한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내각 총리가 김정은을 해외 수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타이밍 외교가 앞으로도 계속 중국에 유리하게만 전개될지 여부는 가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북한식 미ㆍ중 ‘시계추 외교’에 본격 나서면 북한이 북·미 관계로 중국을 은근슬쩍 압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예를 들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중국의 원조와 경제 협력 문제, 한반도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선 북ㆍ중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북ㆍ중도 예전처럼 서로 항상 웃을 수만은 없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났을 때 당분간 주한미군 주둔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북·미 수교와 대대적인 경제 지원을 요구할 경우 동북아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싶은 시 주석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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