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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KT 황창규 영장 놓고 맞붙은 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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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금품수수자 조사 안돼”

경찰 “불구속 지침 내리고 지적질만”

법조계선 경찰 부실 수사 비판도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황창규(65) KT 회장의 구속영장을 두고 맞붙었다. 검찰이 경찰의 부실 수사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고 보강 수사를 지휘하자, 경찰은 검찰이 황 회장을 불구속 수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리면서 ‘지적질’만 한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20일 전ㆍ현직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경찰이 신청한 황 회장 등 전ㆍ현직 KT임원 4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정치자금 공여자 측 공모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고,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 소명을 위해 금품 수수자 측 조사가 상당 정도 이뤄질 필요가 있는데,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수수자 측 정치인이나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8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 회장과 구모(54) 사장, 맹모(59) 전 사장, 최모(58) 전 전무 등 홍보ㆍ대관담당 부문 전ㆍ현직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이 2014년 5월~지난해 10월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였다가 되파는 ‘상품권깡’ 수법을 동원해 비자금 11억5,000여만원을 만들고 이 중 4억4,190만원을 전ㆍ현직 국회의원 99명(중복 인원 제외)에게 후원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계좌추적 등으로 법인이나 단체가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명백히 소명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검찰 기각에 즉각 반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KT측을 처벌하겠다는 것이고 정치인에 대한 조사는 KT관계자들의 양형에 영향을 미칠 뿐 KT위법행위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실에 대한 조사도 앞으로 하겠다고 밝혔고, 의원실 처벌 여부는 그 이후에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오히려 검찰이 보낸 수사지휘서에 ‘황창규 회장 등 4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할 것’이라고 적시한 것을 두고 “불구속 송치 지침을 내린 것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했고, 검찰은 “현 단계에선 구속할 만한 상황이 아니니 영장을 재신청할 만큼 추가 수사하라는 의미”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통상의 금품수수 사건에서 금품을 준 쪽뿐만 아니라 받은 쪽 수사를 상당 부분 한 후에야 영장 청구나 기소가 이뤄지는 만큼 경찰이 금품 수수자 수사를 미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품 수수자에 대한 수사 없이 공여자 조사만으로 영장을 칠 경우 거의 100% 법원 기각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여야 정치권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조성될 것을 우려해 7개월여 수사 기간 동안 정치인 조사를 일부러 미룬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여 사실 자체를 인정했음에도 검찰이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수 차례 시도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순실씨 등을 수십차례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황 회장 등에 대한 보강 수사 후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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