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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민간기업에 인사 갑질은 강요죄' 똑같이 저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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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며 잠정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개혁의 대상들이 혁신의 주체를 선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의 사의 표명 이후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려가는 중이다. 후보자가 11명에서 5~6명으로 압축된 시점에서 느닷없이 '다시 하라'며 개입하고 나섰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된 이래 정부가 단 한 주(株)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 순수 민간 기업이다. 정부나 여당이 끼어들 근거가 하나도 없다. 지금 포스코의 회장 선임 절차는 2009년 도입돼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주주들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당은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포스코 이사들이 '기득권 적폐'라고 한다. 한 달이 넘는 기간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이러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이 탈락할 것 같자 뒤늦게 나선 것일 가능성이 있다. 명백한 월권이자 갑질이고, 기업 자유 침해 행위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이 CJ 부회장 퇴진을 강요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도 경제수석에게 지시한 혐의가 인정됐다. 박 전 대통령이 KT와 하나은행에 특정 인사를 임원으로 앉히라고 하거나 승진시키라고 했다는 혐의도 모두 강요죄가 인정됐다. 이제 권력이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했다가는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현 정부는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 그럴 거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헛된 기대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포스코 회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중도 사퇴했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KT 회장에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KT 역시 민간기업이다. 이제는 내놓고 인사 갑질을 시작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언젠가 전부 수사 대상이 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 압승에다 야당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부메랑에 대한 부담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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