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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F] [사이언스 샷] "인간이 무서워"… 밤거리로 숨어든 야생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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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만 파괴한 게 아니었다. 동물이 살아갈 공간은 물론, 시간마저도 빼앗았다. 인간이 근처에 나타나자 야생동물들이 낮 시간의 활동을 줄이고 점점 더 야행성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UC버클리의 저스틴 브래셰어스 교수와 케이틀린 게이너 연구원은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간과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야생동물들이 밤시간 활동을 평균 20%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프랑스 사진작가 로랑 게슬린이 밤에 활동하는 야생동물들을 찍은 사진들. 영국 런던 밤거리를 배회하는 여우(위). 프랑스 오를레앙의 강가에 나타난 유럽 비버(아래).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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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 크루즈 산맥에 사는 코요테는 원래 밤과 낮 시간 활동이 거의 같았다. 하지만 근처에 하이킹을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밤 시간 활동이 70%로 늘어났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국립공원에 사는 검은영양은 주로 낮에 활동했지만 동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사냥 활동이 합법화되면서 이제는 밤 시간 활동이 절반을 차지하게 됐다.

연구진은 6개 대륙에서 주머니쥐에서부터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포유류 62종의 행동을 연구한 76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했다. 논문들은 위성위치추적기(GPS), 동작 감시 카메라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동물들의 행동을 추적한 결과를 담고 있었다. 분석 결과 인간과 접촉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동물들의 밤 시간 활동이 1.36배 늘어났다. 낮과 밤 시간 활동이 같았던 동물들은 이제 밤 활동이 68%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야생동물들은 인간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피한다는 사실이었다.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거나 근처에서 농사만 지어도 동물들은 밤으로 도망을 치기 일쑤였다.

야생동물들이 인간을 피해 야행성으로 변했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낮에 활동하던 동물들은 야행성 동물처럼 뛰어난 야간 시력을 확보하기 전에는 밤에 먹이를 구하거나 짝을 찾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이너 연구원은 "야생동물의 밤 활동 증가가 가져오는 부정적 효과를 감안하면 동물보다 인간의 낮 시간 활동을 제한하는 편이 동물 보호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미국 뉴욕주의 애디론댁 산맥에서는 매 번식기에는 암벽 등반을 제한하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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