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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보수가치 못지켜 국민께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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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선 서청원 의원, 한국당 탈당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한 서청원 의원이 20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75) 의원이 20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서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내가 JP(김종필 전 총리) 같은 거물도 아니고, 그냥 노병(老兵)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서 의원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親朴) 세력의 맏형 역할을 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로 1990년 한국당의 뿌리인 민주자유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당내에선 "친박 맏형의 자의 반 타의 반(自意半他意半) 퇴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서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국당의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2년여 동안 (탈당을) 고민해 왔는데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오랫동안 몸담고 마음을 다한 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이 해체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젠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 드리겠다"며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상황에서 당 원로로서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한국당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계파 싸움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당이 다시 '불신의 회오리'에 빠졌다"며 "'친이' '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 "이는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이고, 제가 자리를 비켜 드리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친박·비박 간 내홍을 이젠 끝내자는 취지다. 그는 "결국 친이·친박의 분쟁이 두 분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서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의 정풍(整風) 운동에 길을 열어주고 싶다"며 "나의 탈당을 기화로 후배들이 서로 화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과거 자신이 친이·친박 싸움의 희생자라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첫해인 2008년 총선 때 친박연대를 창당했다가 검찰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를 받아 1년간 수감됐다.

하지만 비박계에 대한 '보복 공천' 논란이 있었던 2016년 총선 때는 그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당시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당시 공천이) 나로서도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며 "다만 내가 관여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

서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에 대해선 "정당인이 당을 떠났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이고 내 나이도 적지 않다"며 "다만 지역 주민에 대한 예의와 의무 때문에 남은 임기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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