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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우리 아이 이럴땐 어떻게?] 물건 어지럽히는 아이… 바로 함께 치우고 칭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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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저희 아이는 이제 막 24개월이 됐습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보다 산만해서 그런지 정말 물건을 심하게 어지럽힙니다. 개 놓은 빨래를 아이가 다 흐트러뜨리고, 장난감이나 책들도 죄다 끄집어내 사방에 펼쳐놓습니다. 매일같이 아이가 어지럽히는 걸 치우다가 하루가 다 갈 정도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인천 갈현동 윤우맘(39)

어머님의 걱정은 아이의 산만함과 물건을 어지럽히는 것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아가 산만한 것과 물건을 어지럽히는 것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24개월 영아는 감각과 운동기관으로 여러 것을 탐색하며 세상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돌 무렵 걷기 시작하는 '이동 운동 능력'이 다양한 운동 기술을 시험하면서 여러 능력을 갖추게 되고 속도도 더 빨라지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낮은 턱을 오르는 능력을 발견한 영아는 계단이나 책상, 거실이 있는 가구, 심지어는 냉장고의 양 손잡이를 잡고 스파이더맨처럼 올라가려는 행동을 합니다. 이런 영아의 행동이 산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시기 영아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세상에 대해 배우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영아가 안전하게 움직이면서 자신의 운동 능력을 시험하고 연습할 수 있는 놀이나 시간을 주는 것이 교육과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24개월 영아의 경우 숫자를 몇 개 정도 불러 준 다음 순서대로 말하게 하는 기억폭(memory span) 검사에서 2개 정도를 기억하고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7~8개를 기억하는 성인에 비하면 아직 기억할 수 있는 양이 매우 적은 것이죠. 그러나 부모님의 효과적인 지도를 통해서 정리하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은 가능합니다. 먼저 영아가 갖고 노는 장난감 가운데 몇 개의 놀잇감만을 영아가 잘 볼 수 있고 손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배치해 주세요. 그림책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책장에 꽂는 방식이 아니라 그림책 앞면이 보이게 둡니다. 이처럼 적당한 분량의 물건을 적절한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영아의 정리 정돈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영아가 놀이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놀이를 할 경우엔 바로 지도해야 합니다. '○○야, 장난감 치우고 가자' '여기에 넣어 두는 거예요'라고 먼저 시범을 보여줘야 효과적입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왜 정리를 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쳐봐야 영아는 기억하기도 어렵고 부모님의 화난 얼굴에 불안하거나 두려워할 뿐입니다. 또 이런 정리 정돈 습관을 들일 때 지나치게 엄격하게 대하기보다는 부모가 함께 치우고, 영아가 치웠을 때 칭찬해 주는 지도를 일관되고 담백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영아가 엄마, 아빠와 즐겁게 놀이를 했다면 정리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정리가 곧 놀이가 될 테니까요.

[이윤선 배화여대 아동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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